“이 와중에 ‘재팬 타운’?” 직격탄 맞은 시흥 배곧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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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5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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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외식' 유치는 커녕 초밥집 하나 없어
3·1운동 100주년, 일본 경제보복 등 악재 잇달아
상가 80% 공실… 상인들은 '곡소리'

“2월부터 ‘재팬 타운’을 조성하니 마니 떠들썩하더니, 지금은 조용하네요. 한·일 관계가 최악 상황인데 가능하겠어요?”

“일본 외식업체의 상가 임차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 결국 흐지부지됐다고 하더라고요.”

15일 일본 오사카의 외식업체를 대규모로 유치해 이른바 ‘재팬 타운’을 조성하겠다던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의 한 주상복합 건물.

1차와 2차로 나뉘어 모두 4개 동에 들어선 3개 타입의 소형 오피스텔(3~20층)은 지난해 7월 시작해 대부분 입주를 마쳤지만, 1~2층 상가는 거의 공실이다시피 했다.

4개 동 1~2층 상가 155개 실 가운데 36개 실(23.3%)만 찼고, 나머지는 비어 있었다. 그나마 10개실 가까이는 부동산중개업소여서 정상 영업하는 상가의 임대율은 20%를 밑돌았다.

‘재팬 타운’은 커녕 흔한 초밥집 하나 없을 정도로 일본 관련 음식점은 전무했다.

“상권 살리려고 고육지책으로 꺼낸 ‘재팬타운’ 조성이었지만, 논란만 일으키고 결국은 이렇게 됐네요. 3·1절 100주년인 올해 3월을 피한다고 개점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지금 한·일 관계는 더 최악인 상황이어서 개점은 엄두도 못 낼 지경이죠.”
이곳 상인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재팬 타운’ 무산을 기정사실화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일제 불매운동이 한창인데, 자칫 (일식)가게 문 열었다가 ‘매국노’ 취급받기 딱 좋은 시점”이라며 “일본 상인들도 이런 상태에서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관계자도 “ ‘반일 감정’도 있지만, 일본 상인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임차 조건을 제시한 것도 요인”이라면서 “300만원인 월 임대료를 200만원으로 낮추고, 1년 동안은 ‘프리(Free·무상 임차)’를 요구해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초 ‘재팬 타운’은 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상가 분양이 저조하자 올해 초 상권 활성화 취지에서 일본 외식업체를 대규모로 유치한다고 이색 마케팅을 펼치면서 알려졌다.

한국 관광객에게 큰 인기인 일본 오사카 식당가를 그대로 옮겨와 특색 있는 상권을 형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2층 상가 54개 실 모두를 일본 외식업체로 꾸미기로 하고, 올해 2월에는 일본의 한 프랜차이즈 본부와 업무협약도 했었다.
하지만 올해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맞닥뜨리면서 차질이 생겼다. 찬반 논란이 불거졌고 2~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재팬 타운’ 조성 반대 5건, 찬성 1건의 글이 올랐다.

지금은 마감했지만 ‘배곧신도시 내 재팬타운 조성 무효화해주세요’라는 글에는 9만8800여 명이 동의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이런 가운데서도 ‘재팬 타운’을 추진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는 지난달 한 암호화폐 업체와 업무협약을 하고, 시흥 배곧 뿐만 아니라 파주, 김포, 위례 신도시에도 추진 중인 ‘재팬 타운’에서 해당 암호화폐를 쓰기로 발표했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재판 타운’을 점차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에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제 불매운동이 악재가 됐다.

이곳 상인 대부분은 내키지는 않아도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그나마 기대했던 ‘재팬 타운’ 조성이 무산됐다는 소문에 허탈해했다.

한 상인은 “‘재팬 타운’을 추진했던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가 자주 왔었는데, 안 나타난 지 꽤 됐다. 물 건너 간 것 같다”면서 “‘재팬 타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오죽했으면 일본에 기대어 장사하려고까지 했겠나. 불경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됐든, 지자체가 됐든 어디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업체 관계자는 “어느 사업이나 처음 시작 단계에서는 우여곡절이 있다. ‘재판 타운’ 조성이 순탄하지 않아 상인 사이에서 여러 말이 나오는데 이는 뜬 소문”이라며 “‘재팬 타운’ 암호화폐 사용 협약은 정상 진행 중”이라고 했다.

【시흥=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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