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노동자들 “막장에서 농성하겠다”… 1000m 땅속 갱도서 농성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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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갱내 안전대책 세워달라”
21일 태백시 장성광업소서 출정식

광산 노동자들이 갱내 안전대책을 요구하며 1000m 땅속 갱도 안에서의 농성을 예고했다. 전국광산노동조합연맹은 21일 오후 2시 강원 태백시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출정식을 갖고 입갱 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광노련은 이날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호소문’을 통해 “못난 남편으로서의 부끄러움, 부족한 아버지로서의 안타까움을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나와 동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입갱 투쟁에 나서려고 한다”고 밝혔다.

광노련은 “지금까지 5800여 명이 탄광에서 숨졌고 지금도 3000명 이상의 전직 광부들이 진폐와 규폐로 숨쉬기조차 힘들다”며 “정부는 갱내 작업환경에 대한 노사정 차원의 조사를 조속히 실시하고 필수 안전인력 충원이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금이라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그동안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해 온 광노련은 지난달 장성광업소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계기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태백 장성광업소에서 지하 갱내 가스 연소 사고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자 광노련은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인한 예견된 인재”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광노련은 대자보 등을 통해 갱내 투쟁 지원자를 모집했다. 광노련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는 안됐지만 석탄공사 노조 조합원 대부분이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갱내 투쟁에는 장성과 삼척 도계, 전남 화순 등 석탄공사 3개 탄광 노조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광노련 소속 노조원은 1000여 명이다.

광노련의 입갱 투쟁은 정부의 무연탄 발전소 매각 계획에 반대했던 1999년 9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1999년에는 광노련 대표 13명만 참여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수백 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여 규모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칫 안전사고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광노련은 “탄광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입갱한다”며 “귀를 막고 있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호소와 절규에 관심을 기울일 때까지 우리는 이곳 막장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광업소 관계자는 “땅속 갱도는 붕괴와 낙반, 가스 누출 등 각종 재해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며 “갱내 투쟁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장성광업소의 경우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이 시행된 1989년 직원 수는 4421명이었지만 현재는 489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장성광업소의 필수 유지 갱도 총연장은 270여 km나 돼 인원 부족이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광산 노동자#전국광산노동조합연맹#대한석탄공사#장성광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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