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배 봉지 염료피해 심각…보상은 8개월째 지지부진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25일 1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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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기름 과다로 과피에 검은 반점…상품성 잃어
농민들 “피해규모 수억원대인데 원협·제조사 뒷짐”

조류와 병해충 피해를 막고 품질 좋은 배를 생산하기 위해 씌우는 배 봉지에서 착색염료 부작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원예협동조합이나 제조사는 보상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농민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25일 농민들에 따르면 나주에서 8000평 규모의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염모씨(58·여)는 지난해 6월 배봉지 제조업체인 A사에서 생산한 배봉지 ‘129호’(수출용과 설 판매용)와 ‘130호’(2018년 추석 판매용) 20만장을 나주배원예농협을 통해 구매해 사용했다.

하지만 봉지를 씌운 뒤 5일 만에 배 과피가 새까맣게 타버리고, 봉지를 묶는 부분인 과일의 꼭지 부분도 검게 타버리는 현상을 발견했다.

염씨는 곧바로 나주배원협과 제조사에 항의를 했고, 현장조사에 나선 제조사 관계자는 “봉지에 바르는 식물성 기름이 과다하게 발라져 원래 판매하지 않아야 할 봉지였는데 실수로 농가에 나가게 됐다”고 실수를 인정하고 보상조치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제조사 측이 당시 “피해현상이 나타나는 배를 따서 버리는 것보다는 가을까지 키운 후 조금이라도 건지는 게 낫다”는 제안에 따라 염씨는 정성을 다해 키웠지만 과피에 나타난 검은 반점 증상은 회복되지 못했다.

결국 제조사 측은 보험수가 산정을 위해 추석 무렵 염씨가 수확한 컨테이너(배 수확 시 사용하는 노란 플라스틱 박스) 650개 분량의 배를 저장고로 가져가서 현재까지 보관 중이다.

피해 증상을 보이는 나머지 컨테이너 110개 분량의 배는 팔지도 못한 채 염씨의 과수원 창고에 보관돼 있다.

하지만 봉지 제조사가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을 약속한 상황이지만 보상은 8개월이 지나도록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염씨는 “봉지 염료 피해액이 1억5000만원에 이르는데도 봉지 제조사와 보험사는 보상을 미루고 있고, 봉지를 공급한 나주배원협은 제조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3월 예정된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원예농협이 농민들의 피해보상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피해 농민들은 토로했다.

염씨를 포함해 비슷한 봉지 염료피해를 신고한 농가는 나주에서 3농가며, 전남 영광에서 2만여평의 대규모 배 과수원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해 법적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사 대표는 뉴스1과 통화에서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뒀기 때문에 지난해 6월부터 보험사에 보상을 의뢰했지만 피해농민들과 보험사의 피해 산정액 차이가 너무 커 보상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라며 “이번주 내 보험사의 피해금액 산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원인과 관련해서는 “봉지에 바르는 식물성 기름의 양이 너무 많이 묻어 출하되어서는 안되는 제품인데 실수로 농가에 공급됐다”며 “나주와 영암 지역 배농가 2000여곳 가운데 3개 농가에서 피해를 입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농민들은 “‘흑성’이라는 병이 오면 배 과피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농민들이 봉지 염료피해보다는 ‘내가 배농사를 잘못지었나’라고 생각하는 농민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비슷한 봉지 염료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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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 염료피해 입은 나주배. © News1

봉지 염료피해 입은 나주배. © News1

봉지 염료피해 입은 나주배.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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