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난민 문제와 미국의 셧다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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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기자가 촬영한 사진 한 장이 세계적 특종이 됐습니다(사진). 기저귀를 찬 어린이들을 양손에 이끌고 최루탄을 피해 달아나는 어머니의 애처로운 모습입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온두라스 출신 캐러밴(caravan) 마리아 릴라 메사 카스트로와 그의 자녀들입니다. 이들은 미국에 사는 아이들 아빠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중 국경수비대의 최루탄 공격을 받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은 입국이 허용돼 현재 미국에서 난민 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캐러밴은 말이나 차가 끄는 이동식 주택을 뜻합니다. 우리에게 캐러밴은 여가를 즐기는 캠핑카를 연상케 하지만 남미의 캐러밴은 미국 입국을 목적으로 국경을 떠도는 난민들을 의미합니다. 최근 미국은 가난과 범죄를 피해 조국을 탈출한 수천 명의 중남미 캐러밴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현재 멕시코 국경 도시 티후아나에 모인 캐러밴이 600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는 군 병력을 배치하고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이들의 입국을 강경하게 막고 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캐러밴 행렬의 사망자 및 실종자 수가 4000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 연방법원은 망명 신청을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11월 시행)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19일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에밋 설리번 판사는 “가정 폭력이나 갱단 폭력의 위험에서 도망친 난민을 제한하는 것은 이민법 위반”이라며 난민들의 인권과 이주의 자유를 우선시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현재 미국은 여야 간 대립이 팽팽합니다. 핵심 쟁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새해 예산안에 포함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입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그 예산을 인정할 수 없다며 삭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원을 통과한 예산안이 민주당의 반대로 상원에서는 표결조차 시도되지 못한 채 연방의회는 21일 휴회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는 22일 0시부로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시작됐습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서비스는 국방·치안·소방·전기·수도 등 필수 업무를 제외하고 모두 중지됐습니다.

단원제인 우리나라와 달리 양원제를 택한 미국은 하원과 상원 모두 통과해야 법안이 확정됩니다. 상원은 전체 의원 100명 중 공화당이 51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예산안 통과는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므로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27일 재개되는 상원 회의에서 극적인 타결을 기대하지만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셧다운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올 1월 20∼22일과 2월 9일 반나절 동안 셧다운 사태를 경험했습니다. 공통점은 모두 국경장벽 건설 문제입니다. 그만큼 난민 수용 문제는 미국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입니다. 자국민의 안전과 일자리를 지키느냐, 아니면 난민의 인권과 이주의 자유를 보호하느냐의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여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습니다.

난민 문제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된 사안이며, 우리나라도 예멘 난민 문제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로부터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지, 난민 수용 여부는 끝나지 않은 고민입니다. 한 해를 보내는 이 시점에서 모두에게 따뜻한 성탄과 연말은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요.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난민 문제#미국의 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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