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우연으로 한국 학교 베트남어 교사 돼…이건 운명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6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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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외고 베트남어 원어민 교사 응웬 탕 후옌 씨 인터뷰


“꼬어이 후옌(후옌 선생님)”

24일 충남 아산시 충남외고 베트남어과 1학년 학생들은 수업 50분 내내 원어민 교사 응웬 탕 후옌 씨(23·여)의 이름을 불렀다. 이들은 베트남어로 묻고 베트남어로 답했다. 베트남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제2외국어 과목 9개 중 5번째로 응시자가 많다. 하지만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고교는 전국에 충남외고 1곳뿐이다. 원어민 교사도 응웬 씨와 동료 교사 2명이 전부다.

베트남 최고 명문대인 하노이국립대 인문사회과학대 한국학과 출신인 응웬 씨는 어릴 적 한국드라마 ‘대장금’을 좋아하면서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 그가 한국 학교의 교사가 된 것은 여러 우연들이 만들어낸 필연이었다.

첫 번째 우연은 응웬 씨가 2014년 학교 게시판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차세대 한국어 인재양성 연수’ 안내문을 본 것이다. KOICA는 1992년부터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 인재를 길러내고자 한국 관련 전공 학생들에게 국내 ‘단기 유학’을 지원하고 있다. 응웬 씨는 2014년 전 세계에서 선발한 최종 합격자 23명 중 유일한 베트남인이었다. 그는 4개월간 충남 아산 순천향대에서 한국어는 물론, 한국 역사와 경제 등을 두루 배웠다.

두 번째 우연은 지난해 9월 찾아왔다. 대학 졸업 후 통역 프리랜서로 일하던 응웬 씨에게 한국 교사들이 베트남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업의 통역을 의뢰했다. 응웬 씨는 두 달간 한국 교사들의 입과 귀가 됐다. “호기심에 찬 아이들의 눈빛을 보고 ‘저도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세 번째 우연이 찾아왔다. 대학 은사에게서 충남외고 채용 공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마침 충남외고는 한국 연수 때 머물던 순천향대 옆이었다.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했죠.”

응웬 씨는 수업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과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된 이중언어 동화책 번역 및 녹음 작업도 한다. 이렇게 만든 동화책은 매년 지역 다문화센터에 기증한다. 응웬 씨는 “지금 제자들이 나중에 한국과 베트남 관계를 발전시키는 ‘다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산=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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