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기 디아나 탈의 협조했다면 준강간 불성립”, 한국기원 윤리위 2차 가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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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23일 1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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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전 9단(42). 사진=한국기원 제공
김성룡 전 9단(42). 사진=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 윤리위원회가 김성룡 전 9단(42)의 성폭행 의혹을 조사하면서 피해자인 코세기 디아나 초단(35·헝가리)에게 2차 가해성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6월 작성된 한국기원의 ‘(코세기 디아나-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와 질의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23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윤리위는 “김성룡 씨가 진술인(디아나 초단)와 함께 노래방에 가서 춤을 진하게 추면서 호감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사실이 있느냐” 등 디아나 초단에게 2차 가해성 질문을 했다.

윤리위는 “청바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벗기가 쉽지 않은 옷으로 디아나가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탈의에 협조했다는 김성룡 측 진술이 사실일 경우 준강간이 성립하기 어렵다”며 사건 당시 디아나 초단의 복장도 문제 삼았다.

이에 디아나 초단이 “당시 무슨 옷을 입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하자, 윤리위는 “디아나가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며 디아나 초단의 진술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봤다.

윤리위는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다음날 가해자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간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인데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디아나 초단은 “일이 발생하고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친구 두 명을 따라다닌 것이고 친구들이 김 전 9단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 같아 같이 있었다”고 답했다.

윤리위는 “김성룡이 즉각적으로 자료를 제출했고, 진술 내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김성룡 측 주장이 상대적으로 일관성 있다”며 “김성룡이 디아나를 집으로 불러 같이 술을 마시고 자다가 성관계를 시도한 것은 분명하나 성관계를 했는지, 준강간이 성립되는지는 미확인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해 디아나 초단은 “질의서와 보고서는 김 전 9단에게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재작성을 요구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도 “보고서에 대한 지적은 들어 알고 있다. 재작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디아나 초단은 지난 4월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을 통해 김 전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디아나 초단은 “2009년 6월 5일 김성룡 9단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같이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다가 술이 많이 마셨고, 그의 권유대로 그의 집에서 잠을 잤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고 그놈이 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가 나를 강간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눈을 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여자기사로서 그동안 지내오면서 내가 얼마나 힘이 없는 존재인지 실감했다. 9년간 혼자만의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김성룡은 바둑계에 모든 일을 맡으며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나는 9년 동안 그 사람을 피해 다녔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요즘도 웃으며 인사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보면 그 날의 일 때문에 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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