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의 가장 윗선이자 핵심 몸통인 양승태 전 대법원과 전직 대법관들을 대상으로 30일 무더기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의 일부만 허용하며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사무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차 전 대법관은 법무법인 태평양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고 전 대법관의 자택은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해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주거 안정이 중요하고, 그 장소에 증거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자택 등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사무실이 없는 고 전 대법관에 대해서만 주거지 압수수색을 허락했다.
표면적으로는 영장 발부로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듯 하지만, 증거자료가 보관·은닉되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주거지 등 핵심장소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추가 영장 청구도 예상된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개입, 부산 스폰서 판사 은폐 의혹,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이들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은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긴밀히 의견을 교환하며 일제 강제징용 재판 소송을 지연하는데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차 전 대법관은 지난 2013~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관계부처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만나 재상고심 지연을 논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청와대 요구를 들어주고 법관 해외파견 등 협조를 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관 회동에서는 일본 전범기업 측이 우리 정부의 의견을 받아줄 것을 대법원에 요청하면 대법원이 외교부에 의견서를 요구하고, 이후 이를 근거로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하는 안을 검토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16년 9월 외교부를 찾아 고위 당국자들과 이같은 절차 등을 논의한 정황도 포착한 상태다.
김 실장 공관 회동에서는 강제징용 소송 뿐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소송 등 일제시대 과거사 관련 사건이 전방위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를 받으며 회동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또한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논의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 무마 의혹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스폰서 판사 의혹과 관련해 지난 2016년 9월쯤 윤인태 전 부산고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재판 정보 누설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고 전 처장으로부터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과 관련한 정모씨 재판 변론재개를 요청받았고, 이를 당시 재판을 맡았던 김모 부장판사에게 얘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은 불발됐지만 제한적이나마 영장이 발부된 것은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 착수 이후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Δ법관 사찰 Δ변협 압박 Δ부산 스폰서 판사 의혹 무마 Δ헌재 탄핵심판 정보 수집·유출 Δ법관 해외파견 청탁 Δ박근혜 비선의료진 소송개입 Δ비자금 조성 Δ검찰 수사기밀 유출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개입한 최고 윗선이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이 끝나는 대로 임종헌 전 차장 등 윗선에 대한 소환조사를 차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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