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걷는 속도로 북상 중인 태풍 ‘솔릭’, 왜 이리 느려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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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23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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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상청
사진=기상청
제19호 태풍 ‘솔릭’이 시속 4km로 느리게 북상 중인 가운데, 예상 진로가 조금 더 남쪽으로 수정됐다.

기상청의 23일 오후 1시 발표에 따르면, ‘솔릭’은 이날 낮 12시 서귀포 서쪽 약 90km 부근 해상을 지났다.

‘솔릭’은 당초 제주도 인근 해상까지 올라올 때 시속 약 16km의 비교적 빠르게 움직였지만 제주도 부근을 지나면서 시속 7km로 뚝 떨어졌다. 또 이날 낮 12시엔 시속 4km로 속도가 더 늦춰졌다. 시속 4km는 사람이 평소 걷는 수준의 속도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이와 관련,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태풍 속도가 늦어지는 경우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태풍이 발달하는 경우와 방향을 트는 경우가 있다”며 “솔릭은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속도가) 늦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반 센터장은 “20호 태풍 시마론과의 상호관계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지금 보면 목포 쪽으로 고기압이 약간 돌출돼 있는데 그게 진로를 방해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일단 현재는 방향을 지금보다도 좀 더 남쪽에서 동쪽으로 틀어나가려고 그러는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솔릭’은 당초 충남 서해안으로 상륙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오후 1시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솔릭’은 전북 군산 인근으로 상륙해 충남 공주, 강원 평창, 강릉 부근을 거쳐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상청은 이보다 좀 더 남쪽 지역을 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일본 기상청의 낮 12시 50분 발표에 따르면, ‘솔릭’은 전남 진도와 해남 지역을 거쳐 강원도 강릉시와 동해시 사이 해안을 통해 동해로 빠져 나간다.

사진=일본 기상청
사진=일본 기상청

‘솔릭’의 예상 진로가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수도권 쪽 피해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충북과 강원 영서 지역의 피해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 센터장은 “태풍이 진행하는 우측 방향을 ‘위험반원’이라고 한다. 좌측은 가항, 항해가 가능한 반원이라고 해서 ‘가항반원’이라고 한다. 태풍은 반시계 방향으로 태풍 중심을 향해서 바람이 불어들어 가는데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로 이동하다 보니 오른쪽 반원은 북태평양 고기압 바람이 더해지는 거다. 그 반대 좌측 반원은 감해지는 것”이라며 “대개 태풍이 지나가는 오른쪽 반원이 왼쪽 반원에 비해서 상륙할 때 평균 30% 이상 풍속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솔릭’이 중심구조가 탄탄한 ‘도넛 태풍’이라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반 센터장은 “‘도넛 태풍’은 구름 모양이 독특하게 동그랗고 태풍의 눈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태풍이다. 이런 태풍은 1~3%밖에 나타나지 않는 드문 태풍”이라며 “(솔릭은)제주도 인근까지 올라올 때까지 아주 특징적으로 동그란 도넛 같은 모양이었다. 태풍 중심을 보면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구름의 외벽이 있는데, 이쪽이 굉장히 견고한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태풍이 해수 온도가 낮은 쪽으로 가면 급속히 약해지는데 이러한 도넛형 태풍들은 견고하기 때문에 해수 온도가 낮은 지역으로 가도 그렇게 쉽게 약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좀 단단하다”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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