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안희정 무죄 불복 항소
“법리 오해-사실 오인-심리 미진
재판부, 김지은씨 진술 배척하고 전문심리위원 공정성도 의문”
기존 대법원 판례 제시하기도
검찰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53)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오정희)는 20일 법리 오해, 사실 오인, 심리 미진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안 전 지사와 수행비서 김지은 씨(33)가 위력관계에 있지만 성관계 당시 위력이 행사되지는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해 “위력을 너무 좁게 해석했고 이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보다 훨씬 더 성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결한 사례가 많다”며 관련 판례를 언급했다.
○ “더 성폭력으로 보기 어려운 사안도 유죄 판결”
이날 검찰이 제시한 4건의 판례를 보면 법원은 업무상 상급자의 위력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했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5월 한 방송 제작사 간부인 A 씨(49)가 자신이 부하직원 B 씨(26·여)를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혐의로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B 씨는 사건 당시 피고인 A 씨의 지시에 따라 모텔방으로 들어갔지만 A 씨의 스킨십 요구를 받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A 씨는 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묵시적 동의하에 몸을 만졌을 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추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가 인사평가 권한을 내세워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심과 3심 역시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A 씨의 항소와 상고를 기각했다.
또 검찰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김 씨의 행동이 성폭력의) 피해자로 보일 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한 것이 많다”며 “통화내역이라든지 김 씨의 피해 호소를 들은 증인 등 증거자료가 충분히 있는데도 배척했다”고 주장했다.
전주지법은 1월 전주의 한 장애인 지원단체 고위간부 C 씨(61)가 직원 D 씨(27·여)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간음한 혐의를 인정하면서 피해자의 평소 언행 중 일부 의심되는 정황에 대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D 씨가 피고인 C 씨와의 성관계 이후 C 씨에게 하트(♡) 표시가 들어간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런 정황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 검찰, 법원의 심리감정에 공정성 문제 제기
검찰은 안 전 지사 재판 과정에서 김 씨의 심리상태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절차적 하자로 인해 심리가 미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재판 초기 법원이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했다가 해촉한 사설심리상담소장 E 씨의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E 씨가 전문심리위원에서 해촉되자 안 전 지사 측에서 E 씨를 다시 감정증인으로 신청해 지난달 16일 비공개로 진행된 안 전 지사의 6차 공판에서 증언했다. 이 자리에서 검사가 E 씨에게 ‘어떤 경위로 나왔느냐’고 묻자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의 친구로 나왔다’고 답했고, 심리분석을 전문적으로 해 본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E 씨의 증언은 향후 재판에서 배제됐다. 안 전 지사 측은 “결론적으로는 피고인 측 감정증인의 증언이 누락된 셈이라 재판의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재판부가 검찰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 씨가 그루밍(가해자에 의한 성적 길들이기)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힌 김태경 전문심리위원의 증언을 다른 전문심리위원에게 보내 판단을 받으려고 했던 점, 이 전문심리위원에게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 전달하고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보내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도 공정성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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