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피해 점검으로 약식 취임식… 민선 7기 지방정부 닻 올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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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부산시장이 1일 재난대책회의로 첫 업무를 시작한 뒤 약식 취임식에서 여직원으로부터 부산시청 출입증을 받고 있다. 부산시 제공
오거돈 부산시장이 1일 재난대책회의로 첫 업무를 시작한 뒤 약식 취임식에서 여직원으로부터 부산시청 출입증을 받고 있다. 부산시 제공
민선 7기 부산 울산 경남 지방정부가 닻을 올렸다.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취임식을 간소하게 열거나 재해위험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새로 취임한 시·도지사들의 시·도정 운영방침과 슬로건 등 민선 7기의 밑그림을 살펴본다.

○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오거돈 부산시장은 1일 오전 7시 부산시청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실·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태풍 ‘쁘라삐룬’에 대비한 재난대책회의로 시정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초 2일 오후 7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컨벤션홀에서 열기로 했던 취임식은 취소했다.

오 시장은 1일 오전 8시 20분경 시장 접견실에서 약식 취임식을 열고 “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도시 부산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 명령 1호’를 받들어 첫 임무를 시작했다”며 시민들에게 취임식이 취소된 데 대해 양해를 구한 뒤 재해위험지역을 방문했다.

2일 오전에는 시 인터넷 방송 바다TV를 통해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기치로 내걸고 부산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건설, 시민이 행복한 도시,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 등 세 가지 목표를 실현시키겠다고 밝혔다. 부산, 울산, 경남의 상생협력, 전남에서 부산에 이르는 남해안 광역권 협력관계 설정, 국제적인 네트워크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또 첨단시설을 갖춘 초대형 항만, 24시간 가동되는 국제공항,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가는 철도 등 트라이포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2일 오후에도 재해위험지역을 방문하는 등 이틀째 현장에서 시정을 챙겼다.

오 시장의 정무라인은 경제부시장에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54), 정무특보에 박상준 전 한국일보 부산취재본부장(60), 정책특보에 박태수 인수위 비서실장(52), 대외협력보좌관에 신진구 인수위 비서실 부실장(47), 비서실장에 이경덕 부산시 서비스금융과장(37)으로 구성했다.

○ 울산, 시민신문고 설치

송철호 울산시장이 2일 취임식을 마친 뒤 집무실에서 ‘울산시 시민신문고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결재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송철호 울산시장이 2일 취임식을 마친 뒤 집무실에서 ‘울산시 시민신문고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결재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새로운 울산, 시민이 주인입니다.’ 2일 오전 10시 울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송철호 울산시장 취임식장에는 이런 문구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단상 오른쪽에는 ‘시민신문고’로 명명된 지름 1m 안팎의 대형 북이 설치돼 있었다.

송 시장은 취임사에서 “시민과 함께 출발한 새로운 ‘울산호’는 과거에서 미래로, 부정에서 정의로, 갈등에서 화합으로, 절망에서 번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에 이어 공모를 통해 선발된 권태현 씨(23·여)가 민선 7기를 상징하는 뜻에서 신문고를 7번 두드렸다.

시민신문고는 송 시장의 대표 공약이다. 조선 태종 때부터 운영된 신문고는 울산시민이 겪는 갖가지 고충을 해결하고 불필요한 규제 철폐와 개혁의 목소리가 될 것이라는 게 송 시장 측의 설명이다. 공식 업무 결재 1호도 ‘시민신문고위원회 구성·운영 계획’이었다. 시민신문고운영위원회는 상임위원장 1명을 포함해 5명으로 구성된다.

노옥희 울산시 교육감은 2일로 예정된 취임식을 취소했다. 그 대신 3일로 예정된 교육청 직원 전체회의를 하루 앞당겨 열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노 교육감의 공식 업무 결재 1호는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참여 교사 589명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서명이었다. 울산 5개 구청장 군수도 간소하게 취임식을 연 뒤 업무를 시작했다.

○ 경남, “참여와 소통, 실용과 변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일 도정회의실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일 도정회의실에서 취임선서를 한 뒤 직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저나 공무원 여러분은 ‘주인’의 부름을 받은 일꾼입니다. 겸손하고 유능한 일꾼이 돼 주십시오. ‘새로운 경남’을 여러분과 만들고 싶습니다.”

제37대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일 오전 10시 도정회의실에서 직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취임선서 및 인사말을 통해 헌법 1조까지 거론하며 공직자의 자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 지사는 “선거기간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도민이 많았고 변화에 대한 기대도 컸다. 여러분도 도민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달라”고 주문했다. ‘참여와 소통’ ‘실용과 변화’라는 향후 도정방향과 함께 인사원칙도 밝혔다. 취임식은 취소했지만 ‘김경수 도정 4년’의 대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은 셈이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집무실에서 인계 인수서에 서명하고 공무원노조 사무실과 기자실을 방문했다. 이어 오후에는 통영 동호만 배수펌프장을 찾아 수해대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지사는 또 전날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고 김복득 할머니 빈소를 찾아 조문하는 등 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김 지사는 전날 오전 9시 반 경남도 재해대책상황실에서 태풍 대비상황을 점검하면서 “도지사 첫 업무를 태풍 대비로 시작했다. 안전만큼은 반드시 지키는 도정이 되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 관계자는 “현재 도청 건물에 붙여 둔 ‘완전히 새로운 경남’ 슬로건은 임시로 사용하는 것이며 도정인수위에서 검토를 거쳐 곧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용휘 silent@donga.com·정재락·강정훈 기자
#부산시장#울산시장#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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