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피티 작가가 훼손 ‘청계천 베를린 장벽’, 완벽 복구 불가 판정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6월 22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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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 작가 정모 씨(28)가 훼손한 서울 청계천 ‘베를린 장벽’이 완전 복원 불가 판정을 받았다. 일정 부분 재현하는데도 1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 씨는 지난 6일 밤 11시 30분 께 청계천로 한화빌딩 앞에 서있는 베를린 장벽에 무단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 구조물은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독일 베를린시가 지난 2005년 한국의 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 장벽의 일부를 서울시에 기증한 것이다.

정 씨는 베를린 장벽의 원래 있던 글귀를 자신의 그림으로 덮어버리고 임의대로 새로운 글귀를 써넣었다.

서베를린 쪽 면에는 원래 있던 서독 국민의 통일을 염원하는 낙서를 빨강, 노랑, 파랑 등의 페인트로 덮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를 그렸다.

접근이 금지됐었기에 낙서 하나 없던 동베를린 쪽 면에는 스프레이로 ‘날 비추는 새로운 빛을 보았습니다. 내 눈을 반짝여줄 빛인지…’라는 글귀를 적었다.

그는 작업을 마친 후 사진을 찍어 자기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이에 역사적 의미를 지닌 베를린 장벽을 훼손한 정 씨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정 씨의 인스타그램에 한 누리꾼은 “동독 쪽 벽이 낙서없이 깨끗한 이유를 싸그리 무시하고 서독 사람들의 낙서는 스프레이 칠로 지워버렸다”며 “평화를 사랑하는 분이 왜 문화재에 대한 기본적 인식은 장착이 안 됐느냐”고 비판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12일 정 씨를 형법상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입건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최근 정 씨가 훼손한 서울 청계천 베를린 장벽의 복원이 가능한 지 전문가들에게 문의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완전 복원은 불가능하고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는 방향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스며든 스프레이 페인트를 완벽히 지우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따라서 먼저 정 씨의 낙서를 최대한 지운 뒤 원래 낙서를 다시 그려넣는 방식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현 작업은 약 일주일가량 소요되며 비용은 1000만 원 가량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정씨에게 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정 씨가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고 해서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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