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사각지대’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인술 펼친다

  • 동아일보

‘고려인 광주진료소’ 1일 개소식… 전문의 22명 참여 진료서비스 제공
카자흐 등 3개국과 원격진료 실시… 중증환자는 광주로 옮겨 치료 계획

1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은방 광주시의회의장, 박용수 고려인동행위원회 위원장, 전성현 고려인의료지원단장 등이 어린이들과 함께 고려인 광주진료소 개소를 축하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1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은방 광주시의회의장, 박용수 고려인동행위원회 위원장, 전성현 고려인의료지원단장 등이 어린이들과 함께 고려인 광주진료소 개소를 축하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고려인을 위한 광주진료소가 문을 열었다. 고려인 광주진료소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던 고려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일 오후 2시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윤장현 시장, 박용수 고려인동행위원회 위원장, 고려인을 사랑하는 광주의료인 모임 전성현 아이퍼스트아동병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려인 광주진료소 개소식이 열렸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4000명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초반 광주에 정착하기 시작한 고려인들은 광산구 월곡·산정·우산·송정동에 많이 모여 살고 있다. 고려인 상당수가 제조업이나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고려인들 대부분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데다 경제적 어려움 탓에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못한다.

이런 딱한 사연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고려인마을에 광주진료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광주시는 지난달 시민단체인 고려인동행위원회, 고려인을 사랑하는 광주의료인 모임 등과 함께 협약을 맺고 진료소 개소를 준비했다.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실은 지난해 받은 상금 200만 원을 고려인 광주진료소 개소를 위해 기부했고 광주지역 의사들은 의료기기를 제공하며 진료소 개소에 힘을 보탰다.

고려인 광주진료소는 각 분야 전문의 22명이 진료에 참여해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의료상담 및 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3개 국가 현지 병원과 연계해 고려인 원격진료도 실시할 예정이다. 원격진료를 통해 환자 상태가 위중할 경우 광주로 옮겨 치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성현 아이퍼스트아동병원장(58)은 “고려인들은 우리 동포이지만 형편이 어려운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동료 의사 20여 명이 고려인 광주진료소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재능기부자가 늘어나면 진료 날짜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곡동 일대에는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와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문화센터, 고려FM 라디오방송국, 고려인역사박물관, 고려인한국어학당, 광주러시아학교, 협동조합 등 10여 개 기관이 있다.

월곡동 고려인특화거리에는 식당과 여행사, 환전소, 미용실, 고려인아름다운가게 등 40여 개 점포가 있다. 고려인들은 각종 시설이 함께 들어설 수 있는 고려인문화회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62)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주민들이 고려인 광주진료소 개소를 너무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2014년 캄보디아에 광주진료소를 연 데 이어 지난해에는 네팔 광주진료소를 개소했다. 고려인 광주진료소는 세 번째다. 16일에는 몽골에 차량 이동식 광주진료소가 문을 연다. 윤 시장은 “고려인 광주진료소가 기존 해외 광주진료소와 더불어 국내외에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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