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 뜻 두고 온라인 발칵…“소름 끼쳐, 웃을 일 아냐” VS “고의적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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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1일 14시 53분


기안84 블로그
기안84 블로그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 화성시 기안동에 살던 84년생”

유명 웹툰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34)가 지난 2011년 블로그에 필명의 뜻을 밝혔던 내용이 뒤늦게 알려져 도마에 올랐다. 문제가 된 것은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라고 기안이 쓴 부분이다. 여성혐오적 시각을 드러냈다는 지적.

이 같은 사실은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이 해당 내용을 게시판에 올리며 뒤늦게 알려졌고, 많은 여성 누리꾼을 분노케 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나는 기안84가 ‘논두렁이 아름답고 여자들이 실종된다’고 농담을 던진 화성 기안리 출신이다. 12, 13년 전이였고 우리 아파트는 기안리 안에서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닌 그 아름다운 논두렁 한가운데에 있는 외진 단지였다. 나는 중학생이었고, 버스를 탈 때마다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도 일부 누리꾼은 “저기 논두렁 지나다니는 여자들은 무서움에 벌벌 떨었는데, 저런 걸 자기 소개하는데 쓰네” “저게 사회 풍자였어도, 블랙 조크였어도 이건 웃을 일이 아니다. 당신이 피해자의 가족, 친구, 지인이었어도 웃을 수 있을까. ‘여자들이 사라지는 도시’에? 난 너무 끔찍할 것 같다. 굳이 ‘여혐’이 아니더라도 저게 웃을 일인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 “기안84가 화성이라는 도시를 설명할 때 ‘여자들이 실종되는 도시’ 라고 설명한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신의 가족이 실종 후 죽었다고 생각해봐라. 근데 웬 놈이 ‘누군가가 사라져 죽었던 동네’ 이런 식으로 너와 네 가족 살던 곳을 표현하면 어떻겠나” “화성시를 생각하면 무엇을 먼저 떠올리건 그건 개인의 자유지만 죄 없이 돌아가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지, 보내고 계실지 모르는데 그걸 드러내는 건 도리가 아니지 않나” “소름 끼친다. 남자들 버전으로 표현하면 ‘산이 아름답고 군인들이 죽어나가는 도시, 논산’ 이런 식 아니냐. 남자여자 할 것 없이 사람을 대상으로 저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소름 끼친다”는 이들도 있었다.

기안84가 현재 출연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글도 줄을 이었다.

반면 기안84의 표현을 두고 별 뜻 없이 해당 지역에 대해 쓴 내용이라는 의견, 또 여성 실종 범죄가 많이 일어났던 지역이라고 고의적으로 ‘디스’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한 누리꾼은 “자기가 태어난 곳을 은근히 디스하는, 마치 블랙코미디같이 비아냥거리는 느낌이다. 저도 여자지만 그냥 단순히 태어난 곳의 ‘묘사’라는 생각이 들 표현이 거슬렸다면 최소한 당사자의 생각을 들어보는 게 순서지 무작정 하차하라고 하는 건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수원·화성은 살인·실종이 잦았던 동네다 낮에는 아름답지만 밤에는 위험한 동네로 돌변하는 모순된 동네라는 걸 강조하는 의미다. 기안84의 유머를 몰라도 저건 누가 봐도 여성비하가 아닌 팩트다. 저걸 여성비하라고 문제 삼은 인간은 과대망상이 있는 건가? 차라리 화성시 비하라고 하면 이해하겠는데 여성비하?”라고 했다.

이 밖에도 “누가 봐도 화성을 우회적으로 디스한 건데, 저걸 어떻게 여성비하라고 해석할 수가 있지? ‘미러링’이랍시고 논산이 어쩌고 하는 말도 나오던데 유치하다” “풍자 성격이 강한 것 같은데, 겉으론 아름다운 동네이지만 치안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쓴 거지” “참 내, 팩트잖아요. 그걸 미화한 것도 아니고 자기 동네 비하인데” “화성시가 사람들한테 그런 식으로 인식이 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논에 빗대서 씁쓸함을 표현한 것 같다” “이게 여성비하냐. 자기가 사는 도시에 사건 많다고 자기 동네 디스하는 거지” “범죄와 치안에 취약한 화성을 비꼰 거 아님?”라는 글이 이어졌다.

어떤 누리꾼들은 “‘기안84’는 그냥 화성시 기안동에 살던 84년생이라는 뜻이고, 화성시는 논두렁이 아름답기도 하고 여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던 곳이라고 말한 것 뿐이지 기안84를 설명한건 아닌 것 같다” “저 글 자체로만 보면 그냥 무색무취한 설명으로 보이는데? 여성 살인을 옹호한 것도 아니고 정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묘사한 건데 그게 왜 욕먹을 일이죠? 화성이 아니라 서울 마포구였다고 치고 ‘매일 수십 명이 한강 다리에 올라가는 곳에 사는 84년생’이라고 소개하면 그것도 안 되는 건가요?” “‘기안84’ 뜻은 그냥 기안동에 살던 84년생이고 앞에는 그 동네 특징 얘기하다 보니 어쩔 수 없게 나온 얘기지”라고 전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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