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 사망 화재, 20대 母 ‘실화’로 결론…“죗값 받겠다” 무료변론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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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8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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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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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화재로 세 남매가 숨진 이른바 '광주 삼남매 화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아이들 어머니의 ‘실화(失火)’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중실화·중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된 세 남매의 어머니 정모 씨(23)를 기소의견으로 광주지검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정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 26분쯤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실수로 불을 내 4세와 2세 아들, 15개월 된 딸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초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 ‘방화’를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정 씨의 진술이 모순 되는 점, 화재발생 사실을 알고도 자녀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혼자 베란다로 대피한 점 등 때문이다.

정 씨는 구조 당시 “라면을 끓이기 위해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놓고 자녀들이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가 깜박 잠이 들었다. 밖에서 불이 난 것을 확인하고 베란다로 대피한 후 전 남편에게 전화하고 119에 신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라면을 끓인 흔적이 없었다. 정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바꿨다. 그는 “담뱃불을 잘못 끈 것 같다. 술에 취해 있어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의 번복된 진술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방화가 아닌 실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부검 1차 소견에서 세 남매에게서 외부의 물리적인 힘이 개입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 현장에서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는 등 방화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점이 경찰이 실화로 판단한 이유로 전해졌다. 정 씨는 과거에도 이불에 담뱃불을 끈 적이 있었다.

경찰은 최초 정 씨의 진술이 번복되긴 했지만 이후 진술이 일관된 점 등을 봐 정 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 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당황해 구조 당시 진술을 잘못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녀들이 다녔던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주변인을 탐문한 결과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아이들을 많이 아끼고 사랑했다고 하는 등 자녀들에 대한 폭행이나 방임 등 아동학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정 씨는 “내 잘못으로 애들이 숨졌다. 죗값을 그대로 받겠다”며 변호사 A 씨의 무료 변론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정 씨의 변론은 국선변호사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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