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이용마 기자, 휠체어에 앉아 ‘활짝’…“모든 방송에 촛불 목소리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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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11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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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용마 기자(MBC 노조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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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용마 기자가 11일 서울 상암동 MBC 신 사옥으로 복직 첫 출근을 했다.

이용마 기자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복직자 첫 출근길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MBC 측은 지난 2012년 MBC 파업 당시 해고된 이용마 기자와 최승호 MBC 신임 사장 외 4인의 해직자들(박성호, 정영하, 강지웅, 박성제) 복직을 축하하기 위해 MBC 사옥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레드카펫을 깔았다.

또한 MBC 직원들은 노란 스카프를 매고 폭죽을 들고 있다가 최승호 사장과 해직자 4인이 함께 MBC에 등장하자 폭죽을 터뜨리고 박수를 치거나 함성을 지르며, 이들의 출근길을 환영했다. 이때까지 이용마 기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후 최 사장과 해직자 4인은 1층 로비에서 MBC 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포토라인에 섰다. 이때 행사 진행자가 “드디어 꿈만 같은 일이 오늘 일어났다”며 “또 한 분의 복직자 동료 분을 앞으로 모시겠다”고 말하자 로비 뒤편에서 이용마 기자가 등장했다.

휠체어를 타고 담요를 덮은 채 등장한 이 기자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포토라인으로 입장한 이 기자는 꽃다발 2개를 받았으며, 최 사장 옆에 자리했다. 이후 이 기자는 복직 소감을 말하기 위해 마이크를 건네받고 입을 열었다.

이 기자는 “정말 반갑다. 동지 여러분, MBC 구성원 여러분, 이 표현을 앞으로 써야할 것 같다. 우리 모두 이제 하나가 됐다. 그런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2012년 3월 해고되던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오늘이 올 것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왜냐면 우리는 정정당당한 싸움을 했고 정의를 대변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복직이) 실현됐다. 한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일인데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까 정말 꿈같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 정말 다시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전에 병상에서 물끄러미 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제 눈에 벽에 걸려있던 달력이 들어왔다. 올해 끝을 장식하는 12월이더라. 그런데 그 12월에 빨간 날짜가 2개 있더라. 하나는 성탄절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 주 수요일(20일). 원래 대통령 선거가 예정됐던 날이다. 그걸 보니까 그 순간 몸서리가 치더라”라며 “만약 예정대로 대선이 치러졌다면, 우리에게 (복직은) 멀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정말 몸서리가 치더라”고 토로했다.

또 이 기자는 “그 어렵고 힘든 시절을 우리는 함께 싸워 이겨냈다. 그래서 결국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여러분 우리 잊지 말자. 우리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작년 엄동설한을 무릅쓰고서 나왔던 촛불 시위의 위대한 항쟁. 과연 그게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여기에 서 있을 수 있었을까”라며 “아마 아직도 우리는 암담함과 패배감 속에 젖어서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있었을 수 있다. 그래서 그 촛불시위 항쟁(에 참여한) 그분들을 잊지 않아야 하고 앞으로 우리의 뉴스, 시사, 교양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그분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앞서 이 기자는 지난 2012년 MBC 파업 당시 노조 집행부로 참여한 뒤,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에 이 기자는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으며, 2015년 1·2심 재판부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MBC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를 했고 대법원 판결은 2년째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이 기자는 병마와도 싸워야 했다. 그는 지난해 ‘복막암 말기’ 판정을 받았으며, 투병 중에 있다.

한편 최승호 신임 사장은 지난 8일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 위원장과 함께 해고자 복직 노사 공동선언문을 통해 2012년 해직된 본인을 포함한 이용마, 박성호, 정영하, 강지웅, 박성제 등 6인의 즉각적인 복직을 선언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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