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 이어지는 추석 황금연휴기간 서울 송파구 A고교 2학년 박모 군(17)은 친척집 대신 수학과 영어학원을 ‘퐁당퐁당’ 번갈아 간다. 월 수 금요일은 4, 5시간 동안 미적분 특강반에서 공부해야 한다. 화 목 토요일 오전에는 영어 클리닉반에서 평소 부족한 영문법 보충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영어 모의고사 강의를 수강한다. 박 군의 모의고사 성적은 국어 1등급, 수학 2등급, 영어 1등급으로 상위권 실력이지만 연휴기간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잠시도 쉬지 못한다.
추석 연휴에도 쉴 수 없는 학생들 사이에선 ‘하캉스(학원+바캉스) 간다’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5일 서울 서초구 A고교와 서울 강남구 B중학교를 찾아 추석 연휴 학원 수강 여부를 직접 조사했다. A고교 2학년 1개 반 학생 39명 가운데 11명(28%)이 추석 연휴 학원을 간다고 답했다. B중 3학년 1개 반 26명 중에서도 23%인 6명이 ‘하캉스를 간다’고 응답했다.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는 ‘추석 특수’로 들썩이고 있다. 추석 당일까지 강의를 진행하는 ‘10일 특강’부터 추석날만 제외한 ‘9일 특강’ ‘4일 특강’ 등 형태도 다양하다. 이 학원들은 이달 초부터 ‘원장 직강’ ‘내신은 물론 수능의 기초를 단단하게 쌓을 수 있는 기회’라며 추석 특강을 홍보해왔다.
대치동 C학원 관계자는 “28일까지 이미 100명 이상 등록했다”며 “문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고 했다. 지방에 사는 학생들도 특강을 들을 수 있도록 추가 비용을 내면 숙식까지 알선해주는 학원도 있다.
하캉스는 수능을 한 달가량 앞둔 고3 수험생이나 ‘예비 고3’으로 불리는 고2 학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5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고1 김모 양(16)도 연휴 기간 중 7일간 추석 특강을 듣는다고 했다. 하루에 영어 모의고사 대비 4시간, 수학 ‘확률과 통계’ 특강 4시간을 매일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양은 “특강을 듣는 친구들이 많아 그냥 쉬려니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학부모들 역시 긴 연휴 동안 자녀를 마냥 쉬게 하기엔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강남에 거주하지만 내신성적을 고려해 강북 학교로 딸을 진학시킨 김모 씨(44·여)는 “이번 연휴는 선행학습을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우리 아이는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9일 동안 수학 강의를 듣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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