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번거리다 스마트폰 줌 당기는 남자… 몰카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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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해수욕장 몰카단속 현장

3일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몰카 단속 중인 경찰이 한 남성에게 스마트폰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드론과 몰카 
앱의 등장으로 해수욕장에서 벌어지는 몰카범과 단속팀 간의 머리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보령=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3일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몰카 단속 중인 경찰이 한 남성에게 스마트폰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드론과 몰카 앱의 등장으로 해수욕장에서 벌어지는 몰카범과 단속팀 간의 머리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보령=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선생님, 휴대전화 한번 보겠습니다.”

3일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사진을 찍던 한 40대 남성은 경찰의 요구에 엉거주춤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백사장에는 비키니 차림의 여성 등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몰카 단속에 나선 대천해수욕장지구대 소속 이재홍 경위는 사진을 숨겨둔 비밀 폴더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본 뒤 스마트폰을 돌려줬다.

전국이 폭염으로 끓는 가운데 피서지에선 쫓고 쫓기는 ‘몰카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풍경을 찍는 척하면서 여성을 몰래 카메라에 담는 몰카 의심 신고가 쇄도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스마트폰 제출을 거부하기 일쑤다. 이 경위는 “끝까지 발뺌하다 압수당한 스마트폰에서 과거에 찍은 사진까지 들키는 일도 적지 않다”고 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에 적발된 성범죄자 8만9161명 중 성폭력처벌법상 몰카 범죄자는 1만9431명(21.8%)에 이른다. 실제로는 한 해 여름휴가 기간 해수욕장에서만 이에 맞먹는 범행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베테랑 몰카 단속팀과 함께 ‘숨은 몰카범 찾기’에 나선 결과 첫째 요주의 대상은 ‘끊임없이 두리번거리는 남성’이다. ‘취향’에 맞는 피해자를 물색해야 하는 동시에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지 확인하려면 잠시도 한곳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런 남성이 스마트폰을 드는 순간 단속팀의 ‘매의 눈’은 그의 손가락으로 향한다. 멀리 떨어진 여성을 찍기 위해 순간적으로 줌 기능을 쓰기 때문이다.

계단은 여성의 치마 속을 훔쳐보려는 몰카범들의 밀집지 중 하나다. 한쪽 다리를 계단에 올린 채 무릎에 스마트폰을 대고 있으면 상습범일 확률이 높다. 서울지하철경찰대는 이를 ‘1번 자세’라고 부른다. 무겁지 않은 가방을 치마 입은 여성의 발밑에 내려둔 경우에도 단속팀의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이날 오후 3시경 대천해수욕장에선 드론이 떴다가 3분 만에 사라지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최근 극성인 ‘드론 몰카’다. 단속팀은 재빨리 드론을 쫓았지만 결국 조종사를 찾지 못했다. 고성능 드론은 조종사가 1km 밖에서도 조종할 수 있다. 드론이 뜨자 백사장에 누워 태닝하던 여성들이 황급히 몸을 수건으로 감쌌다. 대학생 이은혜 씨(22·여)는 “몰카에 찍힐까 봐 피서지 화장실이나 탈의실에선 항상 거울 사이 틈새가 있는지 확인한다”며 “이젠 드론까지 조심해야 한다니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선 2층 커피숍에서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비키니 여성의 가슴과 다리 등을 촬영한 학원강사 A 씨(46)가 다른 손님의 신고로 붙잡혔다. 몰카범의 활동 범위가 백사장에서 주변 상가로 넓어진 것. 이 때문에 단속팀도 해수욕장 주변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사복 차림으로 잠복근무를 한다.

해운대해수욕장 6, 7번 망루 사이의 백사장은 몰카범이 주로 등장하는 ‘핫스폿’으로 통한다.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가장 많은 장소인 탓이다. 이곳에서는 몰카를 찍은 뒤 “법을 잘 몰랐다”고 발뺌하는 외국인 남성도 심심치 않게 적발된다. 경찰은 이곳에서 매일 중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등 6개 언어로 몰카가 범죄임을 알리는 방송을 하고 있다. 해운대여름파출소의 이재일 경위는 “외국인 몰카범들은 밤에 플래시까지 터뜨리며 사진을 찍은 뒤 ‘지우라’는 요구를 못 알아듣는 척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몰카의 증거를 숨기는 기술은 나날이 영악해진다. 촬영한 사진을 계산기 등 ‘위장 앱’에 저장하거나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곧바로 다른 전자기기로 옮기기도 한다. 전상혁 여성가족부 인권보호점검팀장은 “단속팀이 주요 위장 앱의 종류를 꿰고 있지만 몰카범들의 지능적 수법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성승훈 인턴기자 서강대 사학과 4학년

※ 베테랑 단속팀이 꼽은 몰카범의 특징

① 끊임없이 두리번거린다.
②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화면을 빠르게 두 번 누른다.
③ 커피숍 식당에서 망원렌즈를 해수욕장으로 향한 채 두고 있다.
④ 계단에 한쪽 다리를 올린 채 무릎에 스마트폰을 대고 있다.
⑤ 가방을 앞으로 멘 채 여성을 따라다닌다.
⑥ 스마트폰에 계산기처럼 보이는 몰카 앱을 설치했다.
#해수욕장#몰카#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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