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모든 정부정책에 性평등 평가 도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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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인터뷰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만들어 김대중정부 당시 ‘여성정책관’ 부활
여성혐오 피해 무료법률지원 추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여성정책 전담 인력을 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여성정책 전담 인력을 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19일 서울 종로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에서 종사자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본보와 만났다. 장관 취임 이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다. 센터에는 이른 아침에도 재취업 교육을 들으려는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수강생들이 가득했다. 수강생들을 격려한 정 장관은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정책과 일자리위원회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데, 이 문제와 관련해 여가부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새일센터”라며 “이번에 여가부가 요청한 추가경정예산도 새일센터 예산”이라고 했다.

―고용시장 내 성차별이 여전히 심각하다.

“사회 구조와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데 여가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이를 위한 해법이 국정과제에 포함된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다. 국무총리실 양성평등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전일 근무자가 없어 효과가 낮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만들어 전담 인력을 두고 여가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정책 실무자들이 모여야 한다.”

―성평등위가 생기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

“김대중 정부 때 각 부처에다 성평등 정책 자문에 응하는 여성정책담당관을 두도록 요청했는데, 6개 부처만 이를 지켰다. 이런 여성정책 전담 인력을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가 있다면 가능하다. 단, 과거 여성정책담당관이 다른 업무와 중복 임명됐다면 이번에는 전담 인력을 둬야 한다.”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학과 후배들이 있는데 ‘10년 뒤 바라는 바’를 설문조사하니 남성들은 ‘어느 직급에 가서 무슨 일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고 답한 반면 여성들은 ‘일·가정이 무사히 양립했으면 좋겠다’고 했단다. 남성들은 여성들의 지위가 많이 향상됐다고 생각하는데 아니다. 어머니가 아파도 휴가를 내 돌보는 건 여전히 딸이지 않나. 여가부는 올해 처음 정부 저출산 정책에 대해 ‘성별영향평가’(정책이 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평가)를 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 정책 전반에 이 평가를 확대할 것이다. 각 부처에 여성정책 전담 인력이 생기고 성별영향평가를 통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주면 평가가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정 장관은 미혼으로 현재 고령의 노모와 함께 살고 있다. 혼인·혈연·입양 공동체 같은 전통적 가족만 인정하는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 대해 오래전부터 반대해왔다.

―건강가정기본법은 어떻게 개정하나.

“건강가정기본법은 ‘불(不)건강 가족’을 전제하고 있다. 이 말을 떼고 가족지원법으로 재탄생시켜 1인 가구, 사실혼, 동거 가구, 위탁아동 양육가구 등 최근 늘어난 새로운 형태의 가구들을 가족 범주 안에 추가할 것이다. 나도 고령의 노모를 모시고 살지만 노인·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

―‘여혐(여성혐오)’ 대응 태스크포스(TF)도 만들겠다고 했다.


“여혐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이어서 좋은 표현을 찾고 있다. 우리가 여혐 TF 만든다고 하니 관련 기사에 ‘그럼 남혐은?’이라는 댓글이 달려 있더라. 당연히 남혐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성적 모욕과 혐오 피해자들에 대한 무료 법률지원을 할 계획이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12·28 위안부 합의에 들어간) ‘불가역적’이란 표현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합의가 대단히 졸속으로 이뤄진 걸로 추정한다. (한일 간) 재협상이 쉽진 않겠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하고, 우리는 위안부 박물관을 지을 것이다. 한일관계는 기본적으로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항의는 항의대로, 협력은 협력대로. 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알려 전쟁과 여성인권 문제를 환기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우리나라다. 서울 시내에 위안부 박물관을 지어 서울을 전쟁과 여성인권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 장관에게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을 물었다. 정 장관은 “참여정부 고위공직자검증위원회에서 위원과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개인적 모임은 거의 없었다”며 “남들이 물으면 ‘난 국민 추천 인사’라고 답한다”고 했다. 그는 “임명장을 받는 날 티타임 때 문 대통령이 ‘내가 대선 때 성평등 대통령을 표방했다’고 말씀하셨다. 앞으로 (여가부) 예산은 잘 주시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여성혐오#정현백#여성가족부#장관#성평등#위안부#저출산#고용시장#성평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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