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범에 딸 잃은 母 “도망치듯 이사…그 집선 숨도 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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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7월 13일 10시 59분


사진=채널 A
사진=채널 A
인천 초등생 살인범 A 양(17)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아동(8·여)의 어머니 B 씨(43)가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도망치듯 이사했다”고 밝혔다.

B 씨는 지난 12일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재판에서 “잠도 잘 수 없고 숨도 쉴 수가 없어서 도망치듯 이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만 벗어나면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지금 심리 상담을 온 가족이 받고 있다. 저랑 남편은 약을 먹으라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겁이 났다. 그 약을 손에 쥐게 됐을 때 내가 어떻게 할지. 막내가 혼자서 나를 기다리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겁나서 약을 먹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앞서 고교자퇴생 A 양은 지난 3월 29일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 부근 공원에서 만난 초등학생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B 씨는 딸과 작별하던 순간에 대해 “염을 하시는 분이 아이의 얼굴은 괜찮다고 해서 잠자는 얼굴을 생각했는데 그럴 줄 몰랐다”며 “눈도 못 감고 얼굴의 반이 검붉은 시반으로 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예쁜 옷을 입히고 싶었는데 (시신이 훼손돼 옷을) 잘라서 입혔다. 자식이 죽으면 마음에 묻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수목장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날 처음 대면한 A 양을 향해 “우리 아이는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아이였다. 세상 누구도 마찬가지다”며 “A 양이 언젠가 사회에 나오겠지만 우리 아이가 가정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와 스스로 자기가 얼마나 큰 죄를 지은건지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B 씨의 증언이 끝난 후, A 양의 변호인은 “남은 가족과 자식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추스르시길 바란다. 피고인은 나이에 맞게 정당한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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