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 철새, ‘철새 사진작가’ 이겼다…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1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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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를 사랑하는 사진사의 마음에 공감은 하지만 ‘철새의 편’을 들기로 한다.”

창원지법 제1행정부 정석원 부장판사가 20일 작성한 판결문 일부다. 정 부장판사는 철새도래지의 건축물 허가와 관련한 재판에서 사진작가 쪽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이 같은 이색적인 판결문을 남겼다.

W종합건설은 창원 의창구 동읍 월잠리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551㎡의 건물을 짓기로 하고 지난해 6월 14일 의창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지하와 지상 1층은 사진전시장과 문화시설로, 2층은 휴게음식점으로 쓸 계획이었다. 지역의 유명한 생태사진작가이자 W종합건설의 이사인 조모 씨(59)가 ‘주남사진미술관’을 지으려는 것이었다.

의창구는 한달 뒤 “허가를 신청한 땅 주변 저수지는 철새들이 서식하는 공간과 가까워 자연환경, 수질오염방지, 생태계보전 등을 고려할 때 보전이 필요하다”며 “건물을 지으면 방문객과 차량통행 등으로 조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W종합건설은 곧바로 경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건축허가 불허 처분의 취소’를 요구했지만 기각되자 창원지법에 소송을 냈다. 용도지역상 허가가 가능하고 피해를 예측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으며, 다른 건축물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W종합건설은 “미술관이 주남저수지를 보호하고 철새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창구는 “철새의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맞선 것이다.

그러나 현장검증 등을 거친 재판부는 “창원시의 행정행위는 적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철새를 사랑하는 사진사와 철새 중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요구를 받고 있는데, 사진사의 마음에 공감하지만 기꺼이 철새의 편을 들기로 한다”고 판결했다. 주남저수지 주변의 건축물 허가를 반대했던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겼다.

창원=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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