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리 수사 받던 서울시 前現 공무원 잇달아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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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정책담당관 목매 숨진채 발견… “참고인 신분 조사” 경찰 통보 받아
열흘전엔 도시교통본부 팀장 자살

버스업체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돼 수사선상에 있던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이 잇달아 숨졌다. 지난달 24일 버스업체 대표로부터 1억1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서울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이 수사와 연관된 또 다른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앞둔 서울시 퇴직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2일 오전 7시 반경 서울 동작구 지하철 9호선 흑석역 근처 한강공원에서 서울시 퇴직 공무원 정모 씨(62)가 나무에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지나던 시민이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타살 정황이 없어 일단 정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인을 조사 중이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정 씨 휴대전화 임시보관함에 “죽으면 화장해서 한강에 뿌려 달라”는 문자메시지가 저장돼 있었다.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당뇨를 수십 년째 앓아 고민이 많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전날 서울 버스운수업체의 차량 불법 개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광진경찰서로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7일 조사에 나와 달라”는 전화 통보를 받았다. 이 업체는 7년 전 자동차종합정비업체로 등록하지 않았음에도 압축천연가스(CNG)와 휘발유를 겸용할 수 있도록 버스나 다른 차량 3000여 대를 불법 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관리감독 권한이 있던 서울시 공무원들이 불법 개조를 묵인 또는 방조한 것이 아닌지 수사 중이었다. 경찰은 당시 도시교통본부 버스정책담당관이던 정 씨를 불러 관련 조사를 할 생각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팀장이던 공모 씨(51)가 경기 광명시 도덕산에서 목을 매 숨졌다. 공 씨는 경기도의 시내버스업체 대표로부터 1억1000만 원을 받고 ‘여의도로 가는 노선을 증차해 달라’는 청탁을 받은 혐의로 역시 광진경찰서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불법 개조 사건 수사를 위해 4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를 압수수색하다 공 씨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흘 만에 두 명의 전·현직 공무원이 사실상 스스로 목숨을 끊자 서울시, 특히 두 사람이 소속했던 도시교통본부는 이날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시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 실무부서가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특혜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시 일각에서는 경찰이 가혹한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달 도시교통본부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위 측은 “인허가나 예산집행, 지도감독 과정에서 재량권이 과도하게 부여돼 향후 비리 발생의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강승현 기자
#버스비리#자살#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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