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추진 대형사업 잇단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9일 03시 00분


은평버스공영차고지 개발
‘원종∼홍대입구선’ 건설 등… 자체조사서 “경제적 타당성 없다”
일각 “민간 참여 방안 검토해야”


서울 은평구 수색동 은평버스공영차고지 일대는 2013년부터 개발 소식이 들려왔다. 시는 노후주택과 고물상 등이 얽힌 이곳을 2015년 아파트 단지와 문화시설, 공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 수립에 나섰다. 상암월드컵경기장의 20배(13만5672m²)에 이르는 부지 개발을 검토한다고 하자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의 결론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였다. 서울 지역 대형 개발사업이 시 자체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은평차고지 개발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건 주변의 높은 지가(地價) 때문이다. 경의선 선로를 사이에 둔 마포구 상암동 일대가 디지털미디어시티(DMC)로 개발되고 수색증산뉴타운이 조성되면서 은평구 땅값이 오르자 매입 부담이 커졌다. 시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도 지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유지를 매입해 임대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서울시로서는 4760억 원의 예상 사업비에 발목을 잡혔다.

서울시는 난처해졌다. 지난해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는데도 결과 발표를 3월이 되어서도 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사업추진이 보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16총선에서 “은평차고지 부지에 종합체육문화시설을 건립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공약도 실현가능성이 낮아지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종∼홍대입구선’도 서울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다고 해 표류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정지선(신도림∼까치산)을 활용해 경기 부천시 원종동에서 서울 화곡역, 가양역, 홍대입구역에 이르는 약 19km 노선을 건설하는 것이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이 2010년 지방선거 때 공론화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조기 추진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광역철도 사업으로 이름을 올리며 각 지자체는 2019년 착공을 공언했다.

그러나 차량기지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서울시는 “예산을 아끼려 서울 양천구의 2호선 신정차량기지를 같이 쓰려 했지만 기지의 열차 수용능력이 부족했다”며 타당성이 없다고 봤다. 다른 지역에 새 차량기지를 만드는 것도 조(兆) 단위 예산이 필요해 마찬가지였다.

신정기지 부지를 개발해 개발이익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의 불가능하다. 기지 위에 1995년 준공된 3000여 채의 아파트 단지가 있어 실현가능성이 낮다. 경기도와 부천시가 반발하지만 서울시는 “노선 변경 등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밝혀 착공 시기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기존 방식으로는 개발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가 상승으로 기존의 공공주도 개발 방식이 수도권 곳곳에서 한계에 봉착했다”며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서울시#대형사업#제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