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피우시겠습니까’… 23일부터 담뱃갑 경고그림 표기 시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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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중판매는 2017년 1월 중순 예상… 그림 가리는 케이스 구입 급증
흡연피해 증언 담은 광고도 시작

 23일부터 개정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뱃갑 포장지 상단에 경고그림 표기가 의무화된다. 흡연으로 발생하는 질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 금연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일부 흡연자들은 연말부터 금연 계획에 돌입했지만 애연가들은 담배 케이스를 구입하는 등 개의치 않고 피우겠다는 반응이다.

 23일부터 생산되는 담뱃갑 상단엔 목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후두암 환자, 피부 노화가 진행되는 얼굴, 아기 얼굴로 향하는 담배연기 등 흡연 폐해를 알리는 10종의 경고그림이 담긴다. 혐오 그림 표기는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 도입한 이후 현재 세계 101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경고그림을 도입한 18개국을 분석한 결과 흡연율은 도입 전보다 평균 4.2%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갑 경고그림 시행과 함께 증언형 금연광고도 14년 만에 부활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저녁부터 TV를 통해 증언형 금연광고가 방영된다”고 밝혔다. ‘증언형 금연광고’란 흡연으로 인해 질환을 앓는 등 피해를 본 사람이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육성으로 담배의 폐해를 밝히는 형태의 광고다. 국내에서는 2002년 당시 폐암 투병 중이던 고 이주일 씨(코미디언)가 증언형 금연광고를 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됐다. 이 광고가 나간 후 당시 흡연율이 8% 가까이 떨어졌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금연에 실패했던 흡연자들은 이번 기회에 당장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공무원 서모 씨(50)는 “올해 초 담뱃값이 올랐을 땐 며칠 끊으려 시도하다 결국 ‘커피 한 잔 줄이고 말지’ 하며 담배를 다시 찾았다”며 “이번 기회는 놓치지 않고 꼭 금연에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학원생 김현수 씨(27)는 “외국 담배를 보면서 경고그림이 끔찍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우리나라에도 혐오그림법이 도입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당장 끊어보려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래도 담배를 피우겠다는 애연가도 적지 않다. 대학원생 정경수 씨(26)는 “원래 담배를 피우던 사람으로서 솔직히 그런 경고그림 때문에 (담배를) 끊을 생각까진 들지 않는다”며 “담배 케이스 하나 사서 넣어 다니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김원일 씨(28)도 “경고그림이나 증언형 금연광고 등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순 있겠지만 8년간 나쁜 줄 알고 피웠던 담배를 쉽사리 끊을 순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실제 담배 케이스 판매량은 점차 늘고 있다. 담배 케이스 판매업체인 사성무역 김주엽 사장은 “12월 전에는 하루 판매량이 30개 수준이었다가 이달 들어 두 배 정도로 늘었다”며 “23일 이후에는 하루에 120개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에 맞춰 재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고그림이 삽입된 담배는 시중에 내년 1월 중순부터 깔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담배 재고가 모두 소비돼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시행일에 맞춰 유동인구가 많은 여의도와 강남역, 홍익대 앞, 광화문 등 서울 시내 소매점 6곳에서 흡연 경고그림이 인쇄된 제품을 미리 진열할 예정이다.

최지연 lima@donga.com·김윤종 기자
#담뱃갑 경고그림#국민건강증진법#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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