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의료사고로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 측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하면 의료인이 동의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조정 절차가 시작된다. 이에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일명 ‘신해철법’)이 30일부터 시행된다고 28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분쟁 자동조정 개시 대상은 의료사고로 △사망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상 장애등급 1등급(자폐성 장애, 정신지체 장애 제외) 등의 피해를 입은 경우다.
조정중재원은 검사, 의사 등으로 구성된 5명의 감정단을 통해 의료사고를 조사한다. 조정신청 금액이 500만 원 이하면 감정을 생략하거나 의사 1명에게 감정을 맡기는 것도 가능하다. 감정단의 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300만∼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의료분쟁 조정 절차는 의료사고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조정중재원을 통해 조정 절차를 밟으면 통상 10만 원대 비용으로 4개월 안에 조정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조정 결정은 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그동안 피해자 측이 조정을 신청해도 병원, 의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을 시작할 수 없었다.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2012∼2016년 조정 건수 6744건 중 조정이 개시된 것은 2900건(43%)에 불과했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은 2014년 가수 신해철 씨가 병원에서 비만수술 가운데 하나인 위밴드 수술을 받은 후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뤄졌다. 신 씨 유가족이 병원에 의료사고 등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병원 측이 조정 절차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계기로 관련법이 보완된 것.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번 제도가 의료사고 피해 구제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조건이 너무 엄격하다”면서 “장애등급 1등급을 판정받으려면 6개월∼2년 정도로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인이 조정이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피해자 측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패소하면 금전적 피해까지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 과실 개연성이 큰 경우에만 조정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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