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문제집 귀신, 문학소녀로 거듭났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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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두 편 낸 NLCS Jeju 13학년 안현서 양

NLCS Jeju 13학년 안현서 양. 선반의 책은 최근 출간된 안 양의 두번째 장편소설 ‘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
NLCS Jeju 13학년 안현서 양. 선반의 책은 최근 출간된 안 양의 두번째 장편소설 ‘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제 말에 어머니가 일주일의 시간을 주셨어요. 자다가도 일어나 쓰고, 밥 먹다가도 쓰고 하면서 하루 4000단어 이상의 분량을 써 나갔어요.”

 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 제주(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 Jeju·이하 NLCS Jeju) 13학년(한국의 고3) 안현서 양은 이렇게 16세이던 2014년 첫 장편소설을 썼다. 지난해 출간된 이 소설의 제목은 ‘A씨에 관하여’. 우울하고 상처받은 사람들 앞에 슈퍼맨처럼 홀연히 나타나 감정적 도움을 주고 사라지는 의문의 남자 A 씨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이 미스터리 형식으로 담겼다.

 안 양은 올해 두 번째 장편소설을 냈다. ‘민모션증후군을 가진 남자’란 제목의 이 소설은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감정장애’ 남자가 사랑과 배신을 경험하면서 극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뒤 환생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책 읽는 데도 취미가 없었고, 글 쓰는 것에는 더더욱 경험도 관심도 없었다는 안 양. 그는 어떻게 이런 소설 같은 인생의 반전을 이뤄내 작가의 꿈을 간절히 꾸게 되었을까.

 안 양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NLCS Jeju 캠퍼스에서 최근 만났다.

발표·토론 수업하다 문학에 눈이 ‘번쩍’


 첫 장편소설의 시작은 학교 국어수업의 과제물이었다. ‘단편소설 쓰기’ 과제를 받은 안 양은 5쪽 내외의 소설을 끼적였다. 이를 통해 소설 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된 안 양은 과제물로 냈던 단편소설을 8일 만에 436쪽에 달하는 장편소설로 ‘진화’시켰다.

 원래 안 양은 ‘문학소녀’의 향기를 전혀 뿜어내지 않던 소녀였다. 서울의 중학교에 다닐 때 안 양은 독서에도 글쓰기에도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그저 국어공부를 위한 독서에만 열심이었다.

 “그저 ‘문제집 귀신’이었어요. 문학작품을 읽고 나서도 주제가 무엇인지, 밑줄 친 시어의 의미가 무엇인지만을 열심히 따지면서 정답을 선택지에서 골라내기 바빴지요.”(안 양)

 2학년 때 NLCS Jeju로 옮겨온 안 양. 처음엔 NLCS Jeju의 독특한 국어수업이 낯설기만 했다.

 “시 한 편을 읽고도 ‘인상이 어떠니’,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 같니’와 같은 질문이 한참 이어졌어요. 학생들이 저마다 손을 들고 의견을 이야기하는데도 저는 ‘그냥 가르쳐주는 대로 외우면 되지 않나?’란 생각을 하곤 했지요.”(안 양)

 진도도 매우 달랐다. 문학 장르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장편소설의 경우 반 년 동안 2∼3개 작품만 배웠다. 작품을 감상한 후에는 이 작품을 다룬 논문, 평론 등을 살펴보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작품을 분석했다. 분석 내용을 각자 발표하고 반박, 재반박하는 토론 수업으로 이어졌다. 마지막에는 자신이 작품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소논문 형태로 정리하는 에세이를 작성했다.

 “처음에는 답답한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같은 작품을 놓고 굉장히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문학을 감상하고 즐기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안 양)

 이런 과정 속에서 안 양은 문학의 매력에 눈을 번쩍 뜨게 됐다. 문학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교내에 국문학 동아리를 새롭게 만들었다. 소설 쓰기에 나선 것도 이런 뜻에서다.

 이처럼 교과 수업, 동아리 등 다방면에서 학생의 꿈과 재능을 전폭 지원하는 NLCS Jeju의 교육 시스템 덕분에 얀 양은 입시를 앞둔 상황에서도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갈 수 있었다.

IB디플로마 교육, 지식을 자기화하도록

 안 양은 올해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가 꿈인 그는 해외 대학에 진학해 영상·미디어 분야를 전공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NLCS Jeju는 안 양과 같은 12, 13학년을 대상으로 IB디플로마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IB디플로마는 국어, 제2외국어, 수학, 과학 등 6개 교과목을 배우는 국제공인 교육과정. 미국 아이비리그, 영국의 옥스퍼드대 등 세계 유명 대학들에서 학생 선발 시 IB디플로마 성적을 반영한다.

 안 양은 “졸업시험을 앞둔 지금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작품을 분석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면서 “수업에서 문학작품을 스스로 분석하는 훈련을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한 편 한 편 다 외우지 않아도 새로운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주제나 기법, 효과 등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구 NLCS Jeju 국어교사는 “IB디플로마 교육은 내용을 이해하고 개념과 논리를 받아들이는 수용적 능력을 키우는 것뿐만 아니라,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분석해냄으로써 자신만의 생각을 펼치는 창의적 능력을 기르는 것을 교육의 목표로 삼는다”면서 “문학적 지식과 개념을 받아들이는 부분이 수업의 30%라면, 나머지 70%는 배운 지식과 개념을 학생이 스스로 이용하고 활용하며 자기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서귀포=글·사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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