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어선들, 함포사격 무서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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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단정 침몰후 17척 나포… 흉기 들고 극렬 저항 사라져


 정부가 11일 서해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중국 어선에 대해 함포 사격 등을 포함한 강력한 대응책을 발표한 뒤 중국 어선의 단속 저항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20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7일 인천해경 고속단정이 소청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에 들이받혀 침몰한 뒤 현재까지 서해에서 중국 어선 17척이 나포됐다. 이 과정에서 해경의 정선 명령에 불응한 채 달아나다가 붙잡힌 어선은 있지만 흉기를 휘두르는 등 강하게 저항한 경우는 1건도 없었다.

 최근 중국 어선 선주들은 출항에 앞서 선원들에게 “불법 조업을 자제하고 해경에 저항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함포 사격 등으로 어선이 반파돼 조업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보다 나포에 응해 담보금을 낸 뒤 어선을 돌려받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중국 선원들 사이에 해경의 총기 사용에 따른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7일 옹진군 백령도 해역에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불법 조업을 한 혐의로 나포된 중국 어선 선장 A 씨(46)는 조사 과정에서 “한국 해경이 함포 사격을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뒤 선주가 한국 해역에서의 조업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며 “도주하다가 나포되는 상황이 와도 저항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날 함께 나포된 또 다른 중국 어선의 선장 B 씨(41)도 해경에서 “선장들끼리 해상에서 무전기로 대화를 나눴는데 한국 해경이 이번에는 진짜로 총기를 사용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선장이 많았다”며 “대부분 해경의 총기 사용 방침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어선들은 중국 산둥(山東) 성 스다오(石島) 항을 출항한 뒤 불법 조업에 나섰다가 해경에 붙잡혔다.

 NLL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 수도 줄었다. 9월 1일∼10월 18일 NLL 주변에서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122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8척)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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