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피살 한국인 3명은 150억대 사기 피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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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피해자 고소장 제출前 출국… 범죄 수익 노린 청부살인 가능성

 필리핀 피살 한국인 3명이 150억 원대 투자 사기 피의자로 드러났다. 거액의 범죄 수익금을 노린 계획적인 청부살인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은 11일 필리핀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심모 씨(51)와 박모 씨(47), 맹모 씨(48·여)가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상태라고 14일 밝혔다. 세 사람은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에 J투자회사를 설립하고 해외 사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올해 8월까지 투자자 300여 명에게서 투자금 148억 원을 챙긴 혐의다.

 심 씨와 박 씨는 8월 16일 홍콩으로 출국해 필리핀으로 건너갔다. 맹 씨는 3일 뒤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범행이 발각될 것을 예상한 심 씨와 박 씨가 먼저 출국해 홍콩에서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액의 범죄 수익을 세탁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투자 수익을 받지 못하던 피해자들은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고 8월 24일부터 서울 송파경찰서와 수서경찰서에 고소장과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국내에 남은 회사 간부 A 씨를 조사해 살인사건과의 연관성, 돈의 행방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필리핀에서 일어난 한국인 피살사건은 한국인끼리 금전적 갈등이나 개인적 원한으로 계획된 살인이 대부분이다. 범죄 수익을 갖고 출국했기에 이를 노린 청부살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사업 문제 등으로 현지인과 갈등을 겪다가 살해됐을 수도 있다. 만약 청부살인이라면 현지에서 해결된 사례가 드물어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피해자는 피해 금액을 돌려받아야 하기에 극단적인 범행을 택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날 사건 현장에 도착한 한국 경찰 수사팀은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이후 네 차례 경찰을 파견해 2건을 해결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필리핀#한국인#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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