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한국인 3명 총격 피살… 올해만 4번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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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인근 소도시 사탕수수밭서 머리에 총상… 손-발 테이프로 묶여
수법 잔혹해 범죄조직 연루 가능성
경찰 수사인력 4명 현지 급파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살인사건은 올해만 4번째다.

 13일 경찰청과 외교부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간) 오전 7시 반경 필리핀 팜팡가 주 바콜로 시 소재 사탕수수 밭에서 한국인 A 씨(51)와 B 씨(46), C 씨(48·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모두 머리 옆 부분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A 씨는 발이 테이프로 결박된 채 몸이 반쯤 매장된 상태였다. 그로부터 5m 떨어진 곳에서 B 씨와 C 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C 씨는 손이 묶여 있었다. 사망자들은 반바지 반팔 티의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바콜로 시는 앙헬레스에서 남쪽으로 25km 거리에 있다. 인구 3만 명 규모의 소도시다. 사건 발생 장소는 농촌 지역이라 한국인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한국 경찰은 필리핀에서 발생했던 전형적인 청부살인과 다른 점을 주목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들을 한적한 지역으로 납치한 뒤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인지, 단순 강도사건인지 확인할 계획”이라며 “시신을 결박하고 유기한 점을 볼 때 상대방에게 총을 쏘고 바로 달아나는 전형적인 청부살인 양상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2012년 이후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이 한꺼번에 피살된 사건은 처음이다. 잔혹한 범행 수법 때문에 범죄 조직과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망자는 경미한 전과는 있지만 수배 상태는 아니었다. A 씨와 B 씨는 8월 16일 출국해 홍콩을 경유, 필리핀에 입국했다. C 씨는 같은 달 19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경찰 관계자는 “세 사람이 일을 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건너갔는데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현지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현지 경찰과 초동수사 단계부터 합동수사하기 위해 현장감식 및 범죄분석 전문 경찰관 3명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총기 분석 전문가 1명을 현지로 급파했다. 이들은 각 분야 근무경력이 12∼25년인 베테랑이다. 현지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경찰 5명과 경찰 주재관 등도 수사를 지원한다.

 필리핀에는 한국 교민 9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 연간 120만 명의 한국인이 필리핀을 찾는다. 이번 피살 사건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 대상 살인사건이 올해 4차례 발생해 총 6명이 사망했다. 최근 3년간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2013년 12명, 2014년 10명, 2015년 11명으로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현지 교민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 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여전히 강력 범죄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총기 100만 정이 불법 유통되고 한국 돈 250만 원 정도면 청부살인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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