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따뜻한 부모 되어주길”…‘편지’처럼 보낸 이혼 결정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3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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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연 다해 각자의 길 가시는 두 분, 평화를 기원합니다”
‘편지’ 형식 이혼 결정문 보낸 김지연 판사



#.2
2014년 늦가을, 김모 씨 부부는
조심스레 서울가정법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평생 함께 하기로 했던 둘의 인연이 다했기 때문입니다.



#.3
더 이상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아내,
끝까지 이혼만은 원치 않았던 남편.
때문에 둘의 협의 이혼 과정은 무척 길었습니다.
계절이 여덟 번이 바뀌었고, 돌이 채 안 됐던 둘의 아기는 어느덧 세 살이 됐죠.



#.4
지난달 말 둘은 결국 이혼 결정문을 받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혼 결정문’은 조금 독특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로 끝나는 한 장짜리 결정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5
둘의 이혼 과정을 7개월 간 지켜봐 온 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김지연 판사.
그들이 이혼 절차를 밟으며 만난 세 번째 판사였는데요.
그는 둘에게 ‘편지’ 형식의 이혼 결정문을 보냈습니다.



#.6
“긴 시간 소송절차를 진행하시느라 심히 고생하셨습니다.”



#.7
“1심 절차가 이렇게 길어지게 돼 죄송합니다.
아기가 어리고 두 분이 젊으셔서 법원이 경솔한 판단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좋은 조치를 강구하다 오늘에 이르렀음을 이해해 주십시오”



#.8
“두 분이 비록 부부로서의 인연이 다하고 각자의 길을 가시더라도
여전히 아기에게 따뜻한 부모로 남아주실 것으로 믿고 부탁 드립니다.
힘든 소송 중에도 여행을 다니며 아기를 위해 노력해 주신
두 분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합니다.”



#.9
“아기가 비록 어리지만 그 행복한 기억이
틀림없이 아기를 지켜줄 겁니다.
향후에도 가족여행 때처럼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해주십시오.”



#.10
“아기와 두 분의 건강과 마음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그간 참으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



#.11
따뜻한 배려와 진심이 절절이 묻어나는 김 판사의 이혼 결정문.
수많은 비리로 법조계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
그의 ‘편지’가 더욱 돋보입니다.
대한민국 법조계에 김 판사와 같은 법조인이 더 많이 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원본 신나리 기자
기획·제작 하정민 기자, 조현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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