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협동조합 박계동 기소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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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 조합원 출자금 빨리 돌려주려… 총회 의결 절차 안거쳐 고소당해
“대부분 영세업자… 급전 필요해, 정식재판 청구해 법개정 나설것”

국내 첫 택시협동조합 ‘쿱택시’의 이사장인 박계동 전 의원(64·사진)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탈퇴 조합원들에게 출자금을 환급해 줬다는 이유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부장 김철수)는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고 탈퇴 조합원 7명에게 각각 2500만 원씩 총 1억7500만 원을 반환한 혐의(협동조합기본법 위반)로 벌금 200만 원에 최근 약식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협동조합기본법은 탈퇴 조합원에게 출자금을 환급할 때 총회 의결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올 2월 조합에서 해고된 조합원 A 씨 등은 박 이사장이 조합을 위법하게 운영했다며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박 이사장이 이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고 조합원들의 편의를 봐주려다 발생한 일임을 고려해 정식 재판 대신 약식 기소를 결정했다.

지난해 7월 박 이사장은 기사 150여 명을 모아 2500만 원씩 출자금을 받고 조합을 출범시켰다. 매달 외부 회계법인에서 감사받은 결과를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대의원을 선출해 조합원이 협동조합 경영에 직접 참여하도록 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이라는 낯선 제도와 사납금 폐지 등 파격적인 조합 운영 방식을 놓고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박 이사장은 “조합원들 대부분이 영세업자라 법에 따라 환급이 지연될 경우 피해가 너무 크다”며 “법보다 조합원들의 이익이 먼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사나 병원비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탈퇴해야 하는 조합원들이 돈을 빨리 반환받지 못하면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다른 조합원들을 위해 정식 재판을 청구할 계획이다. 약식 기소로 결정이 나면 법정에서 조합원의 상황을 제대로 소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안착해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관문인 것 같다. 벌금만 물고 넘어간다면 급전이 필요해 탈퇴하는 제2, 제3의 조합원에겐 또 다른 시련이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법률과 정관이 다를 경우 조합원들의 형편과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조합원 이익 우선주의’를 반영한 법안 마련도 추진 중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택시#기소#박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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