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손효림]자주 화가 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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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문화부 기자
손효림 문화부 기자
“그곳 사람들은 다들 웃고 있더라. 그제야 내가 잔뜩 화난 사람 같다는 걸 깨달았어.”

하와이로 휴가를 다녀온 친구가 말했다. 쌓인 업무를 간신히 처리하고 기진맥진해서 비행기를 탔단다.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는 걸 몰랐는데 웃고 있는 현지인들을 보니 자신이 평소에도 화난 듯한 상태였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일년 내내 날씨 좋은 곳에서 지내니 그렇겠지’ 싶다가도 베트남, 캄보디아, 터키 등에서 눈만 마주쳐도 수줍게 웃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국인의 상당수는 무표정하다. 빌딩이 숲을 이룬 도심에서 스치는 이들은 더욱 더. 인터넷 댓글 등에 넘쳐나는 증오의 언어들을 보노라면 ‘건드리기만 해 봐. 언제든 불을 뿜어 줄 테니’라며 화를 낼 만반의 태세가 돼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것만 같다. 여유 없고 불안한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해보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분석가를 잇달아 인터뷰하게 됐다. 이들은 인간의 뇌는 요즘처럼 많은 정보를 처리할 정도로 진화하지 않았는데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과부하가 걸렸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머리를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여유가 있을 때는 어지간한 일도 그냥 넘어가게 되지만 정신없이 무언가를 하면 다른 이를 배려하기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어렵다.

감정을 조절하고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했다. 권혜경 정신분석가(‘감정 조절’의 저자)는 “분노가 솟구쳐 오르면 일단 100번만 숨을 천천히 내쉬어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 마음이 차츰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단다. 짜증이나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면 운전하거나 걸을 때,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해 매일 100번 숨을 내쉬어 보라고 했다. 감정적으로 즉각 대응하는 행동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삶의 중심을 다른 이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두는 것도 중요하다. 수도자들이 산으로 가거나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하루 1시간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처방이 나왔다. 김진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의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없다면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회사 업무든 개인적인 용무든 지금 하고 있는 일의 10%만 줄여보라”고 말했다. 혼자 운동하는 것도 좋고, 인터넷 서핑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들여다보는 것만 덜해도 생각보다 적잖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단다. 그래도 방법이 안 보이면 일의 우선순위를 쭉 적은 후 아래에서부터 지워 나가라고 했다.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표정도 더 밝아질 수 있을까.

손효림 문화부 기자 aryssong@donga.com
#화난 사람#무표정#감정 조절#권혜경 정신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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