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면 女동기 먹어라” “섹시 터진다”…서울대 ‘단톡방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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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7월 11일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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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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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려대학교에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언어 성폭력이 벌어져왔던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인 지 한 달 여만에 서울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는 11일 소셜미디어와 교내 게시판 등에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라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학소위는 “2015년 2월경부터 2015년 8월경까지 지속된 남학생 카카오톡 대화방의 내용이 우연히 공개됐다”며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아 조사에 착수한 결과, 대다수의 동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매우 심각한 수준의 모욕과 언어성폭력이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고 대자보 게시 이유를 밝혔다.

대자보에 따르면 서울대 인문대 소속 남학생 8명은 동기 여학생들을 포함 다수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여성혐오 발언, 외모비하 발언 등을 했다.

공개된 발췌본을 보면 이들은 “배고프다”, “(동기 이름) 먹어”, “먹을 게 있고 못 먹을 게 있지” 등의 대화를 주고 받으며 여성을 ‘먹는 대상’으로 치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소위는 이러한 발언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동기 여학생들을 몰래 찍은 사진 등을 공유하며 “그냥 쉬워 보일 듯”, “X하고 싶다” 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서도 학소위는 “여성을 일종의 자위기구로 보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성희롱적인 발언뿐 아니라 “으휴 (동기 이름) 정말 묶어놓고 패야함”, 등 여성혐오적 발언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동기 여학생들 이외에도 지하철에서 처음 본 여고생, 과외하는 학생, 초등학생 등도 성희롱 발언의 대상이 됐다.

지하철에서 본 교복 입은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섹시 터진다”, “뒤에서 안아주고 싶다”, “쫄깃쫄깃” 등의 발언을 했으며, 성기를 지칭하는 발언까지 서슴없이 이어갔다.

과외학생을 처음 만나서 어떻게 해야 하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는 “폭행”, “길들여놔야 한다”는 등 발언이 이어졌다. 심지어 과외 제의가 들어 온 초등학교 5학년 학생에 대해 “로린이라…고딩(고등학생)이면 좋은데”라는 말을 한 학생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단체톡 털리면 뉴스에 나올 것”이라며 “간수 잘 하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대화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소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한 뒤 가해자들에게 실명이 적힌 대자보를 통해 공개 사과하고, 정기적인 인권·성 평등 교육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대학 본부에도 이들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해당 사항을 교내 인권센터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고 “조사결과에 따라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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