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미란 변호사의 쉬운 법이야기]친구와 함께 어머니 돈을 훔쳤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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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A 군은 친구와 함께 어머니의 금고에서 현금 2000만 원을 훔쳤습니다. 용돈이 부족한데 어머니가 돈을 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과연 이 경우 A 군과 친구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범죄가 성립되려면 범죄 성립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1단계로 범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해야 하고(구성 요건 해당성), 2단계로 위법해야 하며(위법성), 3단계로 책임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형법 제331조 제2항에는 2인 이상이 함께 남의 물건을 훔쳤다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위법성 단계와 책임 단계에서는 정당방위나 긴급피난 등으로 위법성이 없어지거나 심신상실 등 책임이 없어지는 사유를 살피게 되는데 그런 사유가 없다면 당연히 위법성과 책임은 인정됩니다. 위 사안은 형법상 특수절도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고, 특별히 위법성이나 책임이 없어지는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범죄는 성립하게 됩니다.

하지만 범죄가 성립했다고 곧바로 처벌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328조는 ‘친족 간의 범행과 고소’라는 제목으로 ‘친족상도례’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죄 전반에 적용되는 것으로 친족 사이에 재산죄가 발생하면 친족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죄를 논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장물죄의 경우는 피해자와 친족 관계인 경우 친족상도례를 적용하는 외에 본범과 친족 관계가 있는 경우에도 형을 감면하도록 특별히 규정되어 있습니다·형법 제365조).

이같이 친족 간에 발생한 재산 범죄를 형사적으로 특별히 취급하는 이유는 친족 사이의 재산 문제는 그 관리와 소비가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국가 형벌권을 적극적으로 발동하여 개입하는 것보다는 친족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정책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친족상도례는 친족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만 적용됩니다.

친족상도례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호주, 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 재산 범죄는 형을 면제하고(형법 제328조 제1항), 그 이외의 친족 간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형법 제328조 제2항).

따라서 절도범인 A 군과 피해자 사이에는 직계혈족의 친족 관계가 있으므로 A군은 형 면제 판결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에 반하여 위 범죄를 공모하여 함께 범행을 저지른 친구는 친족상도례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처벌받게 됩니다.
 
김미란 변호사 법무법인 산하
#범죄#절도#친족상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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