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 더 좁아진 인문계, 교차지원 노려라

  • 동아일보

전국의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대입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년째 대학에서 인문계열 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이어지고 정부도 최근 이공계 강화를 내세우며 프라임사업을 통해 이공계 재정지원과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리한 취업 조건과 인문사회학과 정원 축소마저 맞물리며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대학 가는 길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문계열 수험생도 일부 자연계열 학과로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교차지원이다. 일부 대학의 의예과, 한의예과는 수능에서 수학, 탐구영역 유형을 지정하지 않고 있어 인문계열 수험생도 자기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거둔다면 진학이 가능하다. 프라임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이 이달 말 발표할 새 입시요강에서는 교차지원 허용 범위가 훨씬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육전문기관 유웨이중앙교육과 함께 2017학년도 대입(정시)에서 인문계열 학생들이 노려볼 만한 교차지원 허용 학과와 준비 전략, 유의점을 분석해 봤다.

○ 최상위권은 의예·한의예… 중위권은 폭 넓어

고려대 가정교육과, 서울대 간호학과 등 일부 대학의 학과들은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이 학과들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의 칸막이가 없어 두 계열 수험생이 경쟁하는 구조다. 반면 고려대 간호학과와 컴퓨터학과, 서울대 의류학과, 이화여대 의예과와 뇌인지과학전공, 숙명여대 통계학과와 의류학과 등은 수학 나형과 사회탐구, 과학탐구를 모두 반영하고 있어 인문은 인문끼리, 자연은 자연끼리 경쟁하는 구조다. 대학마다 반영하는 체계와 과목이 다르기 때문에 인문계열 학생들은 교차지원 시 자연계열 학생들과의 경쟁인지, 같은 인문계열 학생들과의 경쟁인지 유의해야 한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일부 대학의 의예과, 한의예과 교차지원에 도전해볼 만하다. 이화여대 의예과 및 원광대 치의예과와 가천대, 경희대, 대구한의대, 대전대, 동의대 한의예과 등은 인문계열 학생을 따로 선발한다. 동신대, 상지대, 세명대 한의예과와 순천향대 의예과는 인문계열의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중상위권 학생들은 선택의 폭이 더 넓다.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과 국립대 등 일부 학과에서는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곳이 많다. 서울은 가톨릭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숭실대 등에서 자연계열 학과 일부가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이 중에는 수학 가형과 과학탐구에서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 많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져봐야 한다. 중위권 학생들이 지원하는 수도권이나 지방 대학은 대부분 자연계열 학과의 교차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단, 취업이 잘되는 학과는 경쟁률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

○ 가산점, 경쟁률, 적성 ‘3요소’ 고려해야

교차지원을 결심했다면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과 가산점 여부다. 가톨릭대 컴퓨터정보공학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는 수학 반영비율(30%)이 높은 편이고 수학 가형에 가산점(10%)도 주고 있다. 성신여대도 수학 반영 비율이 40%로 높은 편이고 가형에 가산점이 있다. 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에 가산점이 있기 때문에 인문계열 학생들은 교차지원 시 다소 불리할 수 있다.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일부 인기 학과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합격선이 높아지기 때문에 과거 해당 학과 경쟁률과 입시 결과를 미리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올해 처음 교차지원을 허용하는 학과는 과거 자료가 없기 때문에 입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올해는 지원자 풀이 늘어나 지난해보다 경쟁률과 합격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본인의 적성과 흥미는 대입에서 제쳐두기 쉬운 요소지만, 합격 후 대학 생활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다. 교차지원을 하는 학생 중 대다수는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과 이름이나 취업 전망을 보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적성을 무시한 대입은 설령 합격해도 학과 공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차지원을 고민한다면 해당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주로 어떤 분야로 진로가 결정되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 소장은 “이공계라고 다 취업에 유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종 기관에서 발표하는 취업률, 인력 수급 전망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인문계열 수험생#대입 전망#교차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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