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아일보]‘갑질’은 이제 그만 外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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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피자’ 오너의 경비원 폭행 파문에 이어 이번엔 현대가 3세 오너가 소위 ‘갑질’ 명단에 올랐다.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이 수행 운전사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은 사실이 드러나 사과문을 올렸다는 뉴스(4월 9일자 10면)를 읽고 대체 재벌과 부자는 왜 그처럼 마인드가 경도되었을까 싶어 기가 막혔다.

정 사장은 이 사건이 표면화되기 바로 하루 전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선 실로 뻔뻔스럽게도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어이가 없었던 건 자신을 태우고 다니는 운전사에게 A4용지 100여 장에 달하는 ‘운전사용 매뉴얼’까지 만들어 시도 때도 없이 괴롭혔다고 하는 부분과 신호와 차선, 과속 단속 카메라와 버스전용차선의 무시 등 난폭 운전을 조장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도로교통법조차 그에겐 마치 발톱에 낀 때인 양 무시하고 조롱했을 거란 의혹까지 제기되는 셈이다. 지난해는 이른바 ‘금수저’ 논란으로 국민적 자존심이 많이 상한 한 해였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재벌 3세의 오늘날 부귀영화의 향유는 피땀 흘려 갈고 닦은 자수성가의 창업주가 아니라 오로지 출신 성분 덕분이다. 따라서 이들은 더욱 겸손하고 심지어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 끈도 고쳐 쓰지 말라’는 생각이 기본 생활 수칙이 되어야 마땅하다.

거창하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처신까지는 바라지 않겠다. 뼛속 깊이 반성한다는 ‘미스터 피자’ 오너의 늦은 반성과는 별도로, 죽으면 가져가지도 못 할 일시의 재물과 권력에 도취된 자들의 어리석은 경거망동은 고질병에 걸린 이를 보는 듯하여 불편하기 짝이 없다.
 
홍경석 대전 서구


▼국민을 섬기는 정치로 거듭나길▼

 

14일자 A1면에서부터 사설에까지 걸쳐 보도된 ‘20대 총선’은 독자들의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을 후련하게 해 준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의 행태를 답답해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던 국민의 마음속을 시원하게 대변해 주고, 오만한 정부 여당에 애정이 담긴 따끔한 채찍질을 가하는 정문일침(頂門一鍼)이었다.

이번 20대 총선의 결과는 ‘천막당사’의 초심을 잃고 ‘내 맘대로’ 일방통행과 전횡을 부리려는 정부 여당과 권력자에게 ‘성난 민심이 심판하고 제동을 건’ 것이다. 내 맘대로 취하려는 막장 공천 행태를 보이다 소탐대실한 것이며, 경제 실정(失政)으로 숨 가쁜 국민의 살림살이에도 오로지 남을 탓하기에 바쁜 정부 여당에 ‘책임지고 똑바로 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야당 역할을 잘해서 승리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부끄럽게도 이번 선거 이전에도 또 이후에도, 야당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고 수권정당으로서의 존재감도 여전히 미미하다. 이번 선거는 정부 여당과 국민 간의 한판 승부였고, 당연히 주인인 국민이 승리한 것이다. 정부 여당이 국민을 깔보다 호되게 혼쭐이 난 것일 뿐이다.

정부 여당도, 야당도 이번 선거를 통해 더욱 겸허히 반성해서 ‘권력’이 아닌 ‘국민’을 섬기는 정치로 거듭나길 바란다.
 
제해치 부산 금정구
#갑질#미스터피자#20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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