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의 눈 가리는 ‘사각지대 6곳’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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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학교주변 도로서 실험해보니

“어, 진짜 안 보이네.”

좁은 골목에서 우회전을 하려던 운전자 김모 씨(27)가 화들짝 놀라 차에서 내렸다. 김 씨의 카니발 차량에서 불과 1.5m 떨어진 곳에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서 있었다. 운전석에서는 키 130cm가량의 여학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폭 15cm의 필러(지붕과 차체를 연결하는 틀)가 김 씨의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다. 만약 김 씨가 그대로 가속페달을 밟았다면 영락없이 여학생을 칠 수밖에 없었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우신초등학교 근처 골목에서 진행된 자동차 사각지대 실험의 한 장면이다. 이날 실험은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시동을 걸지 않고 사각지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차량 사각지대는 평소 운전자들의 생각보다 많다. 또 범위도 넓다. 왼쪽 필러 너머 10시 방향(운전자 기준)도 운전자가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다. 사이드미러로 볼 수 없는 4시, 8시 방향에도 약 20도의 사각이 존재했다. 운전석에서는 차량 전방 2m, 후방 5m의 지면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차량 전후방에서 놀던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 내부를 꾸미기 위해 운전석 주변에 부착한 액세서리와 내비게이션도 운전자의 시야를 가린다. 쿠션이나 인형을 뒷좌석 위에 올려놓는 것도 사각지대의 범위를 넓히는 위험한 습관이다. 특히 차체가 높고 뒤쪽에 짐을 높게 싣는 화물차에서는 낮은 곳의 보행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고령자나 어린이가 차량 사각지대의 특징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고령자나 어린이들은 운전자가 당연히 자신을 발견하고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안주석 국회교통안전포럼 사무처장은 “보행자 사고를 줄이려면 운전 경험이 없는 여성 노인이나 아이들에게 차량의 사각지대와 회전반경 등 기본적인 특성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교통사고#사각지대#학교주변 도로#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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