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재산 아닌 소득 중심으로 개편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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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장 출신인 김모 씨(64)는 지난 2월 1일부터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구직 활동에 나섰다. 2013년 6월부터 연금 소득이 연 4000만 원이 넘을 경우 직장가입자인 자녀 등 가족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도록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바뀌었다.

지난해 연금소득이 4000만 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돼 2월 첫 고지서를 받은 김 씨는 31만 원이나 되는 월 보험료에 깜짝 놀랐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점수를 책정해 보험료를 산정하는데, 김 씨는 소득보다 보유 재산이 더 많은 점수를 차지했다. 소득은 600점대인데 반해 재산과 자동차가 각각 900점대, 150점대였다.

김 씨는 “30년 전 구입해 지금까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팔지 않고 앞으로 계속 살 집인데, 이에 대한 보험료를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냐”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집 근처 어린이 대상 학원의 차량 운전수로 취업할까 고민 중이다. 월급은 100만 원 남짓이지만, 건강보험을 포함해 4대 보험에 가입해주기 때문이다.

김 씨처럼 연금소득으로 인해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사람은 올해 2월 1일 기준 1만4000여 명에 이른다. 대부분은 퇴직 공무원이다. 전두현 국민건강보험공단 부과제도부 부장은 “연금소득자 중에 건강보험료를 내게 된 상당수 사람들이 연금 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이해하지만, 보유 재산과 자동차를 기준으로 책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은 4일 공개한 ‘2015년도 건강보험제도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서도 국민의 65%는 재산이 아닌 소득 중심으로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개편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이 지난해 9월 10일부터 10월 8일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만20~69세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 20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방문 면접 진행하고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건보공단은 지역보험료를 매기는 과정에서 재산이나 자동차의 비중은 줄이고 소득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조사대상자의 64.8%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7.2%에 그쳤고, ‘보통이다’(25.1%), ‘모르겠다’(2.8%) 순으로 응답했다.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보수월액을 기준으로 사용자와 가입자가 50%씩 부담하는 직장가입자와 연간소득 500만원을 기준으로 500만 원 초과세대는 소득·재산·자동차로, 500만 원 이하 세대는 생활수준 및 경제활동참가율(성, 연령, 재산, 자동차로 평가)과 재산, 자동차로 부과하는 지역가입자로 나뉜다.

지역가입자가 불리한 구조라는 논란이 꾸준히 이어지자 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2015년 초 갑자기 중단됐고 이후 보건복지부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시뮬레이션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연이어 치르는 일정 속에서 정치권이 결단을 못 내리고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지은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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