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 근본적 변화 계기… 일회성 사업으로 끝나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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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원 규모 프라임 사업’… 교육부-대학 관계자 지상 좌담회

15일 동아일보사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신상협 경희대 미래정책원장, 민상기 건국대 교학부총장, 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김병기 중앙대 기획처장, 오중산 숙명여대 기획처장, 김승억 세종대 부총장, 배규한 대진대 총장직무대행(왼쪽부터)이 프라임 사업과 대학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5일 동아일보사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신상협 경희대 미래정책원장, 민상기 건국대 교학부총장, 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김병기 중앙대 기획처장, 오중산 숙명여대 기획처장, 김승억 세종대 부총장, 배규한 대진대 총장직무대행(왼쪽부터)이 프라임 사업과 대학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요즘 대학의 최대 관심사는 프라임 사업(PRIME·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이다. 2000억 원이라는 지원 규모도 놀랍지만 대학의 근본 구조를 바꾸는 게 핵심이라 앞으로 대학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학부모와 학생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동아일보는 프라임 사업이 대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주제로 1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김병기 중앙대 기획처장, 김승억 세종대 부총장, 민상기 건국대 교학부총장, 배규한 대진대 총장직무대행, 신상협 경희대 미래정책원장, 오중산 숙명여대 기획처장, 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 등이 참석했고 사회는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가 맡았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인사말을 통해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대학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정부가 먼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평가도 하고 정책도 추진하고 있지만 대학에 필요한 혁신이 꼭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학이 지혜를 모아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라임은 대학 구조와 사회 수요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학들의 입장은….

▽김 처장(중앙대)=
대한민국 역사의 산업화, 민주화, 그리고 정보화 시대에 대학은 늘 국가경쟁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정원을 16만 명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눈앞에 있고 대학은 참살이(웰빙)가 아니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문명사적 위기에 직면했다. 미래 대학은 학생이 능동적인 학습 주체가 될 것이고 대학은 그들의 필요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형화된 마인드로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교육부가 프라임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대도 지원금을 수주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학의 미래 지향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한 과정에 돌입했다. 수요자 맞춤 방식의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오 처장(숙명여대)=우리 대학은 여대라는 특성상 인문, 사회, 예체능이 정원의 80%고 이공계가 20%다. 하지만 서울지역 여고는 이미 이과생이 40%까지 치고 올라왔고, 세화여고나 이화여고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이과생이 더 많아졌다. 학생의 수요가 바뀌고 사회가 바뀐다면 대학도 과감히 학사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맥락에서 공대를 세웠고 올해 처음 신입생도 뽑았다. 복수전공, 다중전공을 뛰어넘는 자율권을 학생들에게 줘야 통합 인재를 키울 수 있다. 향후 7, 8년 뒤에는 대학사회에 강한 토네이도가 불고 2023년에는 변화에 적응한 대학만 살아남을 것이다. 미래 한국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양질의 여성 엔지니어를 공급하겠다는 신념으로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배 총장(대진대)=대진대는 경기 북부 접경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아래 설립됐고, 국립대나 4년제 종합대도 없던 시절부터 거점 국립대 역할을 하며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프라임을 통해 미래의 대학은 현재의 모습처럼 해서는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고 전통적인 ‘백화점식 나열’ 학과 구조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지리적 특성과 설립 취지를 프라임에 반영해 변화를 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대학들이 목표로 하는 융합 인재는 개념으로는 좋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선진국에서조차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정부와 대학이 고민과 소통을 통해 담론을 만들어 내야 진정한 질적 변화가 가능하다.

―사업 준비 과정에서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고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민 부총장(건국대)=
건국대는 이공계와 인문사회예체능이 약 50 대 50을 유지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인문사회 분야가 강점을 갖고 있었다. 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갈등도 있었지만 학생회가 상당 부분 도와줬다. 대학본부도 학생의 수요를 조사하고, 단과대 차원에서 사업설명회도 하는 중이다. 학내 구성원의 컨센서스(합의)는 상당히 어려운 부분으로 노력이 계속 필요할 것 같다. 20, 30년간 이어져 온 과거 대학의 프레임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대학과 교육당국이 모두 경계해야 할 부분은, 예를 들어 지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때문에 인공지능이 이슈가 된다고 모든 대학이 뇌과학이나 인공지능을 특화하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산업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 분야로 전공이나 정원이 편중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정 부총장(건양대)=우리는 지방대 입장에서 이번 프라임을 통한 교육환경의 변화와 지방대 발전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프라임은 결국 학내에서 어떤 부분을 줄일 것인가, 줄인 부분으로 무엇을 새롭게 만들 것인가, 그곳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여기서 우리 대학만의 색깔을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대학본부가 생각하는 프라임과 일반 교수, 학생이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다. 대학 교육에서 점차 트레이닝(훈련)의 중요성은 높아지는데 여전히 현실의 대학은 아카데미(학문 교육) 중심이다. 이런 부분이 고민이다.

―대학 입장에서 교육부에 바라는 사항과 이에 대한 교육부의 의견을 내달라.

▽김 부총장(세종대)=
세종대는 20년 전만 해도 공학계열은 정원의 3%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 20년간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이미 구조조정을 해왔다. 프라임은 약 2000억 원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현재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단발성 사업으로 설계됐다. 여타 대학의 자발적인 변화와 구조개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학들의 중장기 발전 계획과 연결해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평가 과정에서 현재 준비 상황뿐만 아니라 과거 몇 년간의 노력 부분도 함께 평가한다면 다른 대학도 앞으로 꾸준히 자발적인 구조개혁을 해나가지 않을까 한다.

▽신 원장(경희대)=경희대는 약 7년 전부터 미래 교육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논의해왔다. 세계 문명사적 환경과 고등교육 환경이 변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학문 단위 기획에 대해 토론하고 학문 간 연계협력 방안도 고민해왔다. 지금까지 인문사회 분야가 중점이었고 그러다 보니 예술이나 체육 정원이 너무 컸다. 그래서 이미 자체적으로 정원 이동을 준비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교수나 학생으로부터 “만약 프라임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본부가 “떨어져도 구조개혁을 해나갈 것”이라고 해도 구성원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대학의 변화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프라임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는 교육부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배 실장(교육부)=프라임은 쉽게 말해 변화의 촉매제, 마중물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미 대학은 스스로 변하고 있다. 당장 서울 지역 대학 26곳이 학생과 학점을 교류하기로 선언했다. 프라임은 각 대학의 특성과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 의대나 자연대가 강한 대학이 갑자기 공대나 정보통신을 하겠다고 바꾸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평가도 점수 위주의 정량평가가 아니라 개별 대학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는 정성평가를 90% 비중으로 도입했다. 어떤 신입생이 들어오더라도 대학이 창의 인재로 양성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만드는 것이 프라임 사업의 근본 취지이자 목적이다. 프라임을 인문계를 이공계로 전환하고 인문계를 위축시키는 사업으로 오해하는데 그건 아니다. 이는 학부 교육을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교육역량과 커리큘럼을 바꿀 것인가 하는 문제다. 대학이 바뀌어야 21세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 낼 수 있다.

:: 좌담회 참석자 명단 ::

▽교육부

배성근 대학정책실장

▽대학
김병기 중앙대 기획처장
김승억 세종대 부총장
민상기 건국대 교학부총장
배규한 대진대 총장직무대행
신상협 경희대 미래정책원장
오중산 숙명여대 기획처장
정영길 건양대 행정부총장

▽동아일보
심규선 대기자(사회)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프라임 사업#교육부#지상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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