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후 中으로 도피, 꿈도 꾸지마”… 韓中경찰 ‘검거 작전’ 공조 강화

  • 동아일보

강신명 청장-멍훙웨이 부부장 합의

2011년 3월 김모 씨(49)는 황당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김 씨는 “교통카드를 쓰면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제도를 사람들이 몰라 수십조 원의 현금이 교통카드 회사에 쌓여 있다”며 “투자만 하면 원금에 30%를 더한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65명을 모았다. 그는 수십억 원을 챙겨 2011년 5월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4년 6개월 만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의 여자친구가 탈북자라 중국에 지인이 많아서 그곳으로 도피했다”며 “범죄자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을 도피처로 많이 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국내 범죄자의 ‘중국 도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23일 중국 도피 범죄자를 막기 위해 중국 공안부와 공조 수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 공안부를 방문해 멍훙웨이(孟宏偉) 공안부 부부장과 회담을 하고 ‘한중 연합 도피사범 집중단속’ 공조 강화를 약속했다. 양국은 2013년 6월부터 집중단속 협약을 맺고 ‘맞교환’ 방식으로 상대방이 요청한 주요 범죄자를 검거해 송환하고 있는데 더욱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공조해 도피를 막겠다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인 범죄자 100명, 중국인 범죄자 26명이 본국으로 송환됐다.

해마다 국내 범죄자의 해외 도피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이 도피하는 국가다. 법무부에 따르면 해마다 80여 명이 검경 수사 단계에서 중국으로 도피했다. ‘희대의 사기범’ 조희팔도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한 뒤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고 그의 측근 강태용(54)도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검거됐다. 김형식 서울시의원의 사주를 받아 청부살해를 저지른 팽모 씨(45)도 중국으로 도피했었다. 최근에는 중국에 기반을 두고 국내를 상대로 전화금융사기나 온라인 도박 등을 벌이는 범죄자도 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 교민이 많아 적응하기 편하고 중국인과 생김새가 비슷해 범죄자가 숨어들기 쉽다”고 설명했다.

양국 공조로 중국인 범죄자의 한국 도피도 막을 수 있다. 2013년엔 중국 최대 폭력조직 ‘흑사회’ 부두목이 한국으로 도피했다가 도피사범 공조 수사로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인 도피사범은 대부분 신분을 감추고 조용히 숨어 있지만 추가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이버범죄 공동수사팀 구성, 과학수사 기술 교류 확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강 청장은 “범죄자는 어디에 가더라도 검거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며 “양국 인적 교류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상대국 교민의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도피#경찰#한국#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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