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조절 장치가 고장 난 제주항공 여객기를 탔던 승객이 ‘공포의 19분’에 대해 생생하게 증언했다.
23일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101편 여객기 탑승자 이정구 씨는 24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와 전화통화에서 “무릎을 꿇고 죽음을 앞둔 기도까지 할 정도로 공포를 느꼈다”고 당시 위급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 씨는 “정상에 도달하자 얼굴에서 혈압이 팍 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다들 뭐가 이상하다! 내 몸이 왜 이러지? 귀가 왜 이렇게 아프지? 하는 사이 한 승객이 승무원에게 고통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나는 남자니까 버틸 수 있었는데, 아이나 여자들은 거의 실신 상태였고 나랑 동승했던 사람들은 죽음을 앞두고 무릎을 꿇고 찬물에 빠져서 죽지 않게 해 달라. 육지에서 죽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면서 “착륙 후 직원이 사과를 하고 체크해서 아픈 사람 있으면 병원으로 안내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이 그냥 보냈다”며 “뉴스 보니까 2,3명이라고 하는데 전체 다였다. 엄청 심했었다. 정말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이호일 중원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항공기의 여압장치가 고장 나면 승객들에게 호흡 곤란이 오고, 고막 내·외부 압력 차이로 통증이 생기는데, 이 상황은 산소 호흡을 하지 않으면 의식 상실이 오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사고 당시 승무원들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주장에 대해 “항공사는 반드시 항공기의 이상 상황을 승객에게 알려 주도록 돼 있다”며 “조종사 절차와 산소마스크를 쓰라는 안내 방송 이러한 것들이 미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서 23일 오전 6시 반경 승객 152명을 태우고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101편(보잉 737-800기종)의 여압장치가 이륙 48분 만인 7시 18분경 고장 났다. 여압장치는 항공기가 1만피트 이상 고도에서 운항할 때 기내 압력을 조절하는 설비다.
기장은 기내 압력 정상화를 위해 고도를 1만8000피트(약 5486m) 상공에서 8000피트(약 2438m)로 급강하 했다.
이 과정에서 승객들은 급격한 압력 변화로 고막이 터질 듯한 고통을 호소하거나 일부는 호흡 곤란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기는 19분 뒤인 오전 7시 37분 제주항공에 정상적으로 착륙했다.
제주항공 측은 “이륙하기 전 점검에서 여압장치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5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급파해 압력 조절 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에 대해 다각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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