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회 한중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인덕대 주관)에 한국의 13개 대학과 중국의 4개 대학 창업팀이 참가했다. 1일 인천대 소속 창업 희망 대학생들이 베이징 시내에서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 인덕대 제공
“청년 창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안팎으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생들은 창업 현실이 엄혹하다고 생각해요. 좌절하지 않고 꼭 창업 성공을 이뤄내겠습니다.”
창업에 꿈을 둔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분투기를 쏟아냈다. 이들은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창업선도대학 가운데 우수 창업 아이템을 선보인 연세대 ‘솔깃’, 한국산업기술대 ‘딩스’ 등 13개 대학 창업팀 소속 대학생들.
이들은 창업선도학교 중 한 곳인 인덕대 주관으로 중국 베이징대 콘퍼런스홀에서 2일 열린 ‘한중 대학생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했다. 이 행사는 우리 대학생들이 중국 베이징대와 칭화대의 창업 열기를 체험하고 한중 청년 창업가들의 교류를 위해 마련됐다. 중국에서도 4개 대학이 참여하면서 한중 대학생이 80명 가까이 모였다.
행사기간에 인문계열 학생에게까지 창업을 고려해 금형제작 기술을 가르치는 베이징대, 칭화대의 창업교육을 견학하고 베이징 시내에서 자신의 창업 아이템과 비슷한 제품이 있는지, 중국인들의 인식은 어떤지 시장조사도 벌였다.
○ 중국 베이징 현지의 뜨거운 창업열기
스모그가 잔뜩 끼어 있던 1일 오후 베이징에서는 창업선도대학 소속 대학생들이 창업 아이템별로 조를 이뤄 시장조사에 나섰다. 2일 창업 아이템을 발표하기에 앞서 자신의 창업 아이템이 얼마나 시장성이 있는지, 중국 현지에서 확인해보는 자리였다. 우리 대학생 58명이 창업 아이템별로 8개 조로 나뉘어 베이징 시내를 누볐다.
이들 창업팀은 통역과 함께 자신의 아이템이 시장성이 있는지 물었다. 스모그 때문에 30m 앞도 희뿌옇게 보였지만 열의가 넘치는 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통역과 시민의 입을 번갈아 바라봤다. 말하기가 불편해 마스크를 벗는 학생도 많았다.
개의 생체신호를 바탕으로 기분을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서울과학기술대의 임석빈 씨는 한 중국인에게서 아직까지 애견을 산책시키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대답을 들었다.
“중국에서 애견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와는 좀 다른 것 같다. 현장에서 보는 것과 보고서로 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문계열 학생에게까지 금형제작 기술을 가르치는 칭화대의 창업교육도 견학했다. 여름방학에 한 달간 창업의 기본기부터 착실하게 다져준다는 설명이었다. 기초기술은 천시하는 우리 창업 현실과 대조를 이뤘다. 창업을 장려하고 시장성 있는 아이템에는 과감한 투자가 이어진다는 설명에 감탄도 터졌다.
○ 유행 키워드에 매몰되는 현실 우려도
우리 청년 창업가들은 이러한 실전 창업경험도 큰 도움이 됐지만, 특히 창업하는 사람들끼리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격려할 수 있었던 점을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고군분투는 창업가의 숙명이지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이들은 베이징대 콘퍼런스홀과 식당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우리 청년 창업문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 청년 창업 아이템은 몇 가지 키워드가 있어요. 최근에 각광받는 아이템은 ‘플랫폼’(상품과 콘텐츠 등을 선보일 수 있는 기반 소프트웨어) ‘O2O’(Online to Offline·온-오프라인 통합) ‘클라우드’(네트워크를 통해 서버 등을 빌려 쓰는 서비스) 등이지요. 미래 키워드이긴 하지만 특정 아이템에만 몰리는 현상은 문제예요.”
청년 창업가들은 우리 청년 창업 문화가 지나치게 획일화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는 청년 창업이 취업난에 대한 돌파구로 여겨지면서 지원책이 쏟아졌고 이를 통해 육성된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한 청년 창업가는 “실제로는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게 어려운 일인 만큼 이를 만드는 지원에 집중하고, 금전적 지원은 완성품의 시장성을 보고 대폭 해주는 쪽이 더 낫다”고 꼬집었다.
유행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쪽이 실제 창업이라는 열매를 맺고, 사업도 지속성을 갖게 된다는 게 이 청년 창업가들의 신념이다. 이날 행사에서 주목받은 것도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독창적으로 밀고 나가는 쪽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쥬스’라는 회사를 차린 김준호 씨(27·서울시립대)다. 작곡과 학생인 김 씨는 인터넷으로 악보를 보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재학생으로 장난감 ‘E990(에고)’를 만드는 회사 ‘찬스그라운드’ 대표 황재근 씨(25)는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독특한 디자인의 장난감을 만든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인덕대 김종부 창업지원단장은 “우리를 비롯한 창업선도대학들이 청년 창업을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하면서 많은 대학생이 창업에 참여하고 있고 현장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청년들의 창업 문화가 체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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