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식 총장 “기업에서 탐내는 명품 인재 기르는 것이 동국대의 모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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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변화 이끄는 한태식 총장

한태식 동국대 총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5대 발전 전략을 담은 ‘비전 2020’을 통해 동국대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태식 동국대 총장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5대 발전 전략을 담은 ‘비전 2020’을 통해 동국대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태식 동국대 총장은 5월 취임한 이후 총장실 규모와 소속 직원을 줄였다. 총장 관용차도 고급 세단에서 승합차로 바꿨다. 단출한 8인용 응접세트와 책장만으로도 꽉 차는 총장 접견실에서 만난 한 총장은 “학교의 인력과 자원은 대학 본연의 역할과 직결된 곳에 집중돼야 한다”면서 ‘대학다운 대학’을 강조했다.

한 총장에게 취임한 이후 석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묻자 그는 웃으며 “삼전사기(三顚四起)”라고 말했다. 그간 총장 선거에서 3차례 고배를 마신 이력을 가리키는 것. 그는 “네 번째 도전 끝에 총장이 됐는데 그게 좋은 경험이 됐다. 지난 12년 동안 총장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학교를 지켜보면서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총장이 되자마자 바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총장이 스스로 ‘준비된 총장’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최근 동국대는 각종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교육부의 학부교육선도대학(ACE) 사업에 서울과 경주 캠퍼스가 모두 선정돼 앞으로 4년간 140억 원을 받게 됐고,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A등급을 받았다. 비결을 묻자 한 총장이 내놓은 답변은 다소 역설적이었다. 바로 평가 완화였다.

“요즘 대학들이 기업의 평가 방식을 적용해서 교수와 직원을 모두 실적 위주로 평가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대학은 생산을 하는 곳이 아니라 학문 발전과 인재 육성을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노력과 평판도를 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한 총장은 교수들의 경우 논문 편수가 적으면 승진이나 안식년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네거티브 평가 방식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퇴직을 3년 정도 남긴 이들은 평가를 하지 않고 원로에 대한 예우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업적이 좀 부족한 사람이라도 망신과 면박이 아니라 부탁을 통해 일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렬로 줄을 세우면서 하위권 교직원들을 무능하다고 낙인찍는 방식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총장에 대한 평가도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요즘 대학 총장들의 실적이 건물 많이 짓는 것과 외부 평가 잘 받는 것, 두 가지로 변질됐다”면서 “이걸 잘하려면 사단장이 군대 지휘하듯 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대학이 잘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겉으로는 호화로운 건물을 지어 놓고 막상 안을 보면 실험기구 같은 알맹이는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규모만 늘리거나, 스스로의 목표가 흔들릴 정도로 외부 평가 결과에 연연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 총장은 동국대 경쟁력은 동국대의 특성을 살리는 데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8월 발표한 ‘비전 2020’도 이 같은 학교의 특징을 살려 만들었다는 것. 비전 2020에 담긴 5대 전략은 △재정 확충과 건실한 운영 △참사람 열린 교육 글로벌 연구자 양성 △대학 본연의 가치 창출 △신바람 나는 캠퍼스 구축 △병원 경영 효율화다.

한 총장은 “나는 불교대 교수지만 컴퓨터공학과 교수들을 더 자주 만난다. 국제전자불전협회(EBTI) 국제 회장을 지내면서 불교 경전을 모두 전산화하는 작업을 해 보니 불교와 컴퓨터, 즉 문화와 정보기술(IT)이 융합하면 경쟁력이 더 커진다는 점을 깨달았다”면서 “우리 대학이 강점을 보이는 인문과학도 전통에만 머물러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면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동국대는 내년부터 전교생에게 소프트웨어 강의를 필수화한다. 이미 다르마칼리지 교육과정을 통해 고전 100권 읽기와 ‘자아와 명상’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동국대는 이런 기초 역량을 기반으로 ‘인간 중심의 IT 특성화, 생명 존중의 BT 특성화, 전통문화 중심의 CT 특성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 총장은 “우리 대학의 모토는 기업에서 탐낼 정도의 명품 인재를 기르는 것”이라며 “고전에 대한 지식, 자기 성찰 능력, 여기에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갖추면 어디서나 데려가려고 하는 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장은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답게 학교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2학기부터 ‘지도교수 자유선택제’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대학원생들이 교수나 학과장의 승인 없이 자유롭게 지도교수를 선택하고 바꿀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는 “석사 박사 과정에서는 지도교수의 도장 하나가 가진 힘이 너무 커서 교수와 학생이 갑을 관계가 되고 있다. 학위 받고 강좌 하나 얻기 위해 교수한테 매달려 가정사까지 해결해 줄 수밖에 없는 젊은이가 많다”면서 “이런 문제는 대학이 인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재정 확보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 중심에 위치한 입지를 살려 평생교육원을 확대하고 △일반 대학원을 주말과 야간 과정도 적극적으로 가동하며 △교수들의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경기 고양시 일산의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학교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동국대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캠퍼스를 365일, 24시간 가동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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