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에 뿌려진 현금 560만 원 지켜준 시민들…무슨 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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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10시 42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모텔 앞. 만취한 A 씨(57)가 도로가에 세워진 승용차 두 대 사이에 쓰러졌다. 인사불성이 된 A 씨는 다리를 쭉 뻗고 주저앉았다. 신발은 1~2m 떨어진 곳에, 윗옷은 발 끝자락에 놓여있었다. 주변에는 현금 5만 원 권이 흩어져 있었다.

심모 씨(54) 등 지나가던 시민 4명은 A 씨를 발견한 뒤 “사람이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이들은 술에서 덜 깬 A 씨가 도로로 뛰어 들려하자 둘러싸고 제지하기도 했다. 신고를 받은 광주 서부경찰서 상무지구대 이모 순경 등 경찰관 2명이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A 씨의 지인에게 연락을 취해 그를 귀가시키고 현금 560만 원을 보관했다. 경찰은 2일 A 씨에게 현금 560만 원을 돌려줬다. A 씨는 경찰에서 “너무 취해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민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업차 광주를 방문해 지인에게서 돈을 돌려받은 뒤 술을 마셨다. A 씨는 숙소를 찾다 술을 이기지 못해 길거리에 주저앉았고 그 와중에 상의 호주머니에 넣어둔 5만 원 권 112장이 흘러나와 길에 뿌려졌다.

신 씨 등은 행여 사람들이 돈을 가져갈까 걱정하며 A 씨를 둘러쌌다. 이들의 도움으로 A 씨는 지폐 한 장도 분실하지 않았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돈과 생명을 지킨 셈이다. 경찰은 신 씨 등 시민 4명에게 포상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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