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구로, 1인 2만원으로… “사교육과 맞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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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인당 학원수 0.009개 그쳐
區, 스타강사 섭외 학습센터 열어… 원어민 영어-대학진학 컨설팅도
시범운영뒤 8일 개관… 600명 등록

8일 개관한 서울 구로구 학습지원센터에서 학생들이 한 논술강사의 과학논술 강의를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구로구는 스스로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학습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이 센터를 만들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8일 개관한 서울 구로구 학습지원센터에서 학생들이 한 논술강사의 과학논술 강의를 진지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구로구는 스스로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학습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이 센터를 만들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8일 오후 6시 서울 구로구 가마산로 학습지원센터. 최우택 메가스터디 프린키피아팀 강사의 과학논술 강의가 시작됐다. 학생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김은서 양(18·신도림고)은 “그동안 논술학원이 멀어서 시간을 내기 힘들었다. 논술 전형으로 가고 싶은 대학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양은 “강의가 재미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며 활짝 웃었다.

사교육에 도전장을 던진 구로구 학습지원센터가 한 달간 시범운영을 마치고 8일 개관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이날 센터에 모였다.

○ 학습 인프라 직접 만든 구로구

구로구의 초중고교생은 모두 4만1121명. 하지만 학원 수는 1인당 0.009개로 다른 자치구에 비해 학원 등 학습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 지난해 서울대 진학률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24위에 머물렀다. 교육 때문에 인근 양천구나 강남3구로 떠나는 학생이 많아지자 구로구가 직접 나선 것이다.

학습지원센터는 △자기주도학습 △대입 수시프로그램(논술, 면접, 자기소개서) △학습동아리 △대학 진학상담실 △원어민 영어교실 △부모교육(감정 코칭, 토론학습법) 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개관 소식이 알려지자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 벌써 대기자 명단이 만들어졌다.

유명 강사 섭외도 구가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했다. 언어·수리·과학 논술과 면접, 자기소개서 강사를 섭외하기 위해 메가스터디를 수차례 찾아갔다. 다수의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공교육 살리기’ 취지에 공감한 메가스터디가 평소 강의료의 10분의 1만 받고 강의를 맡기로 했다. 이날 과학논술 강의를 한 최 강사는 “막상 학생들을 가르쳐 보니 이해도가 높고 열의가 있다”며 “부모가 시켜서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찾아와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송재열 공부혁명대장은 과목별 공부법 등 강남 엄마들이 선호하는 학습컨설팅을 해 주고 있다. 그는 “학생은 강남이나 구로나 비슷하다. 부모가 고비용을 들여 학습과 대학 진학의 ‘쉬운 길’을 찾아주는 것이 다른 것 같다”며 “13년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맞춤형 진학 상담을 해주고 평생 공부습관을 갖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 ‘스스로 공부하는 자를 돕는다’

학습지원센터에 등록한 초중고교생은 모두 600명이 넘는다. 한 달 예산은 임차료 강의료를 포함해 1200만 원. 1인당 예산 2만 원으로 사교육과 경쟁하는 셈이다.

이날 센터 프로그램실에서는 초등학생 5명(신구로초 5학년)이 모여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이들은 엄마들이 번갈아 가르친다. 이정희 씨(47)는 “목동 학원을 가고 싶어도 차량 운행이 되지 않아 초등학생은 다니기 힘들다.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동아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씨(41)는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여기 와서 친구와 공부하는 것은 좋아한다. 학습 효과가 오히려 높다”고 말했다.

명문대에 진학한 구내 대학생 선배 78명도 후배들을 돕는 멘토로 나섰다. “우리 후배를 도와주자, 우리 동네를 사랑하자”며 자발적으로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을 모아왔다. 김기중 구로구 학습지원센터 팀장은 “학습지원센터를 통해 주민 사이에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 좋은 인재를 많이 길러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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