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대학교 제약공학과, 제약회사 품질관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꿈꾸다!

[HOT100]

서원대 제약공학과. 청주=안영배 전문기자 ojong@donga.com

생물학·생화학·면역학 등 생명과학, 약리학·생리학·세포배양학 등 의약학, 실험통계학·제제공학·공정품질관리학 등 공학 교과목들이 서로 씨줄과 날줄처럼 짜여져 있다. 학생들은 4년 내내 세 분야의 학문을 갈고 닦는다. 바이오 마케팅·제약 법규·실무·영어 같은 실용학문까지도 배워야 한다. 졸업 후 제약회사와 건강기능 식품회사, 관련 연구소 등으로 취업할 때 유리한 조건들이기 때문이다.

서원대학교 제약공학과가 제시하고 있는 이 커리큘럼만 보면 생명과학(의약)과 물질과학(공학)의 이론을 종합한 융합 학문이라 할 만하다. 학과장 최부영 교수는 이런 교과 과정에 대해 “기업체가 원하는 맞춤형 현장전문인력 양성을 최고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원대 제약공학과를 소개하는 홈페이지에는 아예 제약회사, 연구소, 건강기능 식품회사, 국·공립 연구직, 대학원 등 학생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에 필요한 교과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을 정도다. 각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키우겠다는 의지다.

제약공학과는 서원대가 제2의 창학을 다짐하며 대학 특성화 전략의 일환으로 2013년에 신설한 학과다. 그러니 올해는 3학년이 최고 학년이다. 신설 학과지만 대학에서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청주에 자리 잡고 있는 이 학과는 충북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지역적, 지리적 이점을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충청북도는 바이오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2000년 이후부터 생물·건강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오송(보건의료) · 제천(한방바이오) · 옥천(의료기기) · 괴산(유기농산업밸리) 등을 중심으로 바이오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는데 규모가 만만치 않다. 충북 지역 바이오산업의 생산 규모는 2008년 1134억 원에서 2012년 1조1011억 원으로 늘어났다. 연평균 76.5%의 높은 성장률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바이오산업 생산 증가율(12.1%)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2011년 이후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입주한 업체들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서 바이오산업의 생산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이 지역은 전국 바이오산업의 15.4%를 차지했고, 현재도 그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의료 및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니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충청북도에 소재한 13개 4년제 대학교 중 통합청주시 소재 서원대학교가 유일하게 제약공학과를 갖추고 있다. 최부영 교수는 “우리 학과는 통합청주시에 속하는 오송, 오창에 입주한 제약 및 바이오 기업과 긴밀한 협조와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기업 맞춤형 인재를 육성함으로써 급증하는 지역 인력수요를 충족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원대 제약공학과 학생들은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입학하자마자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1학년 때는 사제동행 프로그램에 따라 교수와 학생 간 긴밀한 면담을 하면서 개인별 목표를 설정하고, 2학년이 되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계획안을 수립한다. 세부계획안은 학(學;4학년까지의 학점 관리), 자(自;학교에서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한 자기계발), 경(經;진로에 맞는 개인 맞춤형 경력 관리), 영(英;글로벌 시대에 맞는 어학능력 함양)이라는 네 가지 포트폴리오로 구성된다. 물론 세부계획안을 빨리 확정하면 할수록 학생들은 목표를 향해 더 일찍 매진할 수 있다.

3, 4학년 때는 취업과 대학원 진학, 약대 진학 학생들로 나누어 스터디그룹과 인턴십을 운영한다. 제약기업 등에 취업하려는 학생들은 제약기업 ‘GMP(의약품제조업자가 우수 의약품의 제조와 품질관리를 위해 준수해야 할 사항) 인증 공장’ 등에서 품질과 생산관리 실습을 하고, 대학원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방학 기간에 실험실에서 실험 실습을 한다. 약대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PEET 시험에 대비해 보충 계절학기와 스터디 그룹을 운영한다. 서원대 제약공학과 교과목은 약대 관련 과목이 많아 시험 준비에 유리하다고 한다.

이 중 주목할 프로그램은 3, 4학년 때 제약기업 임원진이 강사로 나서는 수업과 방학을 이용한 현장 인턴십 과정. 학과는 제약회사의 임원급 인사들을 겸임교수 혹은 특강 형식으로 초빙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 프로그램은 학문 이론과 현장 간의 괴리를 줄이면서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에서는 실력도 보지만 학생들의 인성, 적성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임원급 인사들은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적절한 옷차림, 태도, 어휘, 대화 기술, 출석, 과제물 제출 기한 엄수 등 인성과 관련한 교육도 많이 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제약회사 인사들은 예비 취업자들인 학생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갖게 되고,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국가연구개발 과제를 산·학 공동 연구로 수행하면서 현장 인턴십 등을 통해 기업체와 학생들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특히 4학년 때는 6개월에서 1년간 현장실습을 하도록 하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한다. 사전에 학교 차원에서 오송, 오창 지역의 제약기업 GMP공장, 또는 식약청 및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실과 협의체를 구성해 현장실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형식이다.

서원대 제약공학과 학과장 최부영 교수의 제자 사랑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 메시지가 가득 적혀 있다. 청주=안영배 전문기자 ojong@donga.com

이러한 프로그램은 교수진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가능하다. 이 학과를 담당하는 3명의 전임교수들은 모두 제약회사 등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 출신. 당연히 제약기업이나 연구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부영 교수는 JW그룹 C&C신약연구소에 입사해 20년간 신약을 연구해온 과학자이다. 제약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덕분에 제약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필요한 인력 등 돌아가는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 또 충북 바이오 기업(의료기기, 제약, 화장품, 식품 등) 60개 업체 이상으로 구성된 클러스터 부회장과 유기농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의미농(醫美農)포럼의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러한 이력이 학생들의 취업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다. 최 교수는 제약공학 분야 취업시장에서 틈새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흔히들 제약공학하면 제약회사 연구소나 국공립 분야 연구소에서 일하는 것이 최선인 줄 알고 있으나, 실제로 제약회사에서 원하는 쪽은 약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품질관리와 생산관리를 할 수 있는 분야다. 따라서 우리 학과는 GMP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 100% 취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학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GMP관련 품질관리기사 자격증을 따게 된다. 품질관리기사 자격증을 갖고 기업에서 4년 정도 경력을 쌓으면 국제품질관리경영기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이 자격증은 글로벌 제약회사로 진출하는데 매우 유리하다. 국내 제약기업이 동남아 등 해외에서 공장을 신설할 때 이 자격증 보유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외에도 제약공학과 학생들은 ‘과외 수업’도 받는다. 세계화와 국제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학과 교수들이 직접 아침과 점심시간에 어학교육을 하고 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모든 학생들이 어학 능력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토익 토플 등 공인 어학 성적을 매년 제출토록 해 졸업 자격에 반영한다. 경쟁력을 갖춘 제약공학과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100% 진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 결코 꿈이나 허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서원대 제약공학과. 청주=안영배 전문기자 ojong@donga.com

제약공학과 학생들은 4년 내내 벅차게 공부하면서도 교수와 학생 간, 선배와 후배 간 소통을 통해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지도 교수들은 교수와 학생들의 사제동행과 ‘강제적인’ 카운슬링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한 학생 개개인의 목표를 파일에 담아 연구실에 보관하고 있다. 이 파일에는 매학기, 매년 학생들의 성취도 등이 모두 기록된다. 교수는 파일만 보고도 학생들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선배들은 매달 첫째 주에 그달 생일인 후배들을 모아 축하해주는 등 멘토-멘티 제도를 통해 서로간의 우의를 다지고 있다.

이 학과 학생들은 장학금도 많이 받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 바이오 관련학과(제약공학과, 화장품과학과, 식품공학과) 육성을 위해 30억 원 정도를 기업지원, R&D형식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특히 생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혜택이 풍부해 공부만 열심히 하면 학비 문제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형편이 어렵지만 제약공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 학과에 오길 권한다”고 말했다.

서원대 제약공학과는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지만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역적 특성을 배경으로 인지도가 서서히 상승하고 있다. 입학 경쟁률은 수시 일반 전형의 경우 2013학년도 5 대 1에서 2015학년도 10.5 대 1로 급상승했다. 정시의 3년 평균 경쟁률은 6 대 1. 대체로 고등학교 성적이 중위권인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지역 인재들의 입학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청주=안영배 전문기자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