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니 아이 마음을 알 것 같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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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場이 된 대회
하루전 도착 1박 2일 열정 여고생에… 대전예고 30명은 갯벌 배경 현장교실

이번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는 올해 처음 열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 100km가 넘는 곳에서 찾아오거나, 1박 2일 일정으로 참가한 학생들도 있었다. 경기 양주시에 사는 강지인 양(16·파주 율곡고 1년)은 대회 하루 전날인 8일 인천 월미도에 도착해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오느라 3시간이 걸렸다. 강 양은 대회 당일에 가장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강 양이 제출한 작품 속에는 바다 위에 핀 당아욱 꽃이 갓난아기를 포근히 감싸고 있었다. 강 양은 “당아욱의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이다. 어제(8일)가 어버이날이라 ‘생명의 바다’라는 주제와 어울려 보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학생들이 주인공인 축제였지만 함께 온 부모들도 마치 소풍을 온 듯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광주에 사는 신조옥 씨(35)는 이른 아침 일어나 2시간을 넘게 운전해 충남 서천 청소년수련관에 도착했다. 신 씨는 “그림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근처 국립생태원도 둘러볼 겸 한걸음에 달려왔다. 내년에는 광주에서도 이런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딸 이현빈 양(8·광주 선창초 2년)은 “그림을 그리면서 바다가 우리한테 얼마나 많은 것을 주는지 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평소 일밖에 모르던 아빠들도 이날은 그림을 통해 아이들과 특별한 소통을 할 수 있었다. 두 딸을 데리고 대회에 참가한 김인성 씨(42)는 “육아는 아내 몫이라고 생각한 탓에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다. 평소 두 딸이 바다와 생명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바다는 생생한 현장 교실로 바뀌었다. 대전예고 학생 30여 명은 서천 앞바다의 갯벌과 울창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마음껏 발휘했다.

인천=박성민 min@donga.com / 서천=이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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