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방에 앉으니 가족얼굴 아련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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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수갑-하얀 포승줄에 온몸 오싹
법무연수원 일일교도소 체험… 신임검사들 “피고인 마음 헤아릴것”

올해 임용된 신임 검사들이 지난달 7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 모의 교도소에서 양손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노역장 유치 절차를 밟고 있다(위쪽 사진). 신임 검사들은 녹색 수의를 입고 실제와 똑같은 크기의 독방에 갇히는 
‘교도소 체험’을 했다. 진천=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올해 임용된 신임 검사들이 지난달 7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 모의 교도소에서 양손에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채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노역장 유치 절차를 밟고 있다(위쪽 사진). 신임 검사들은 녹색 수의를 입고 실제와 똑같은 크기의 독방에 갇히는 ‘교도소 체험’을 했다. 진천=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지난달 7일 오후 6시 충북 진천군 충북혁신도시에 위치한 법무연수원 제101호 모의법정. 다른 사람의 계좌를 해킹한 뒤 100만 달러를 빼돌린 혐의로 동아일보 변종국 기자와 인천지검 이동우 검사 등 5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 검사는 “집에 갓 태어난 아기와 아내가 있습니다. 선처해 주십시오”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도주의 위험이 있다며 모두 법정 구속했다.

이 재판은 올해 임용된 신임 검사 13명과 본보 기자가 재판에서 교도소 수감까지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모의재판이다. 신임 검사들은 각자 판사, 변호사, 검사, 피고인으로 역할을 나눈 뒤 구형-선고-법정구속-노역장 유치 등 과정을 체험했다.

검사들과 기자가 법정 밖으로 나가자 교도관 2명이 다가왔다. 곧바로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흰색 포승줄로 팔과 몸을 묶었다. 손을 움직일수록 수갑은 더욱 조여 왔다. 마지막으로 죄수들을 하나의 매듭으로 연결했다. 도주를 막기 위해서다. 포승줄에 묶인 죄수들은 차례로 파란색 호송 버스에 올라탔다.

10여 분을 달려 법무연수원 안에 있는 모의 교도소에 도착했다. 교도관이 구속영장을 확인한 뒤 전자 지문인식기로 신분을 확인했다. 갖고 있던 돈과 휴대전화 등을 ‘영치금’ 명목으로 압수했다. 형 집행이 끝나는 날 돌려받는다. 음주 상태 확인과 건강 검진, 정신 감정을 받았다. 멀쩡하던 한 죄수가 “머리가 아프고 귀신이 보인다”고 호소했다. 교도관이 “거짓말하면 특별관리대상으로 분류된다”고 하자 죄수는 “괜찮아진 것 같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어 죄수복으로 갈아입었다. 교도관 2명이 자해나 자살에 대비해 탈의 과정을 지켜봤다. 마약이나 담배, 흉기 등을 숨기고 있을 가능성을 대비해 항문 검사도 했다. 과거엔 교도관들이 직접 손을 넣어 확인했으나, 2000년대 이후 위생과 인권 침해 문제 등으로 특수장비를 이용해 몸속을 검사한다.

아래위 녹색 수의와 흰색 고무신을 착용한 기자의 가슴 양쪽엔 ‘1하 2실’ ‘1004’라는 죄수 번호가 붙어 있었다. 이제부터는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린다. 옷과 신발을 바꿔 달라는 요구에 “주는 대로 입어야 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수건, 칫솔, 치약, 비누를 받아 들고 지정된 노역장으로 이동했다.

노역장 문이 열렸다. 이 검사는 “모의 체험인데도 가족 생각이 나더라. 몇 년 동안 아이와 아내, 부모님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고 했다. 7시간 넘게 교도소에 갇혔던 신임 검사들은 8일 오전 1시경 출소했다. 법무연수원 교수들이 준비한 ‘두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들의 수용자 인권보호의식과 교정행정 이해를 높이기 위해 법무연수원 최초로 ‘일일 교도소 체험’을 기획한 임정혁 법무연수원장은 “신임 검사들이 이번 체험을 통해 피고인과 죄수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따뜻한 검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감방#일일교도소#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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