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모란이 피기까지… 강진군의 각별한 ‘영랑 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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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 뒤편에 만든 ‘세계모란공원’, 친환경 생태문학공원으로 확대
항일 시인 기리는 문학제 열어 ‘남도답사 1번지’ 브랜드 가치 높여

곡우인 20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 김윤식 선생 생가 화단에 모란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5월 1일부터 이틀간 영랑문학제가 펼쳐진다. 강진군 제공
곡우인 20일 전남 강진군 강진읍 영랑 김윤식 선생 생가 화단에 모란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5월 1일부터 이틀간 영랑문학제가 펼쳐진다. 강진군 제공
근대 한국 문학계의 대표적 서정시인 영랑 김윤식(1903∼1950)은 전남 강진이 배출한 문인이다. 강진 군민의 영랑 사랑은 아주 특별하다. ‘영랑식당, 영랑찻집, 영랑로터리, 모란추어탕, 모란빌라….’ 모두가 영랑이요, 모란이다. 그의 생가는 강진군청 옆에 초가로 보존돼 있다. 1948년 영랑이 서울로 거처를 옮긴 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다 1985년 강진군이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 일부 변형된 안채는 1992년 원래 모습으로 보수했고 철거된 문간채는 영랑의 일가친지 고증을 거쳐 1993년 복원했다. 시(詩)의 소재가 되었던 우물과 300년 된 동백나무, 장독대 등이 남아 있다. 화단과 뒤뜰에 심어진 모란은 매년 4월 하순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영랑은 젊은 시절 붉은 모란을 보며 ‘찬란한 슬픔의 봄’을 노래했다.

강진군이 ‘영랑’과 ‘모란’이라는 문화자산을 활용해 ‘남도답사 1번지’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생가 뒤편에 세계모란공원을 만들고 시를 모티브로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등 영랑의 문학적 심상(心想)을 기리는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 생가 뒤편에 세계모란공원 조성


강진군은 세계모란공원을 세계 각국의 모란꽃을 사계절 볼 수 있는 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군은 지난해 6000m²에 모란과 작약 3000여 그루를 심었다. 올해는 영랑생가 주변 문학공간과 연계해 친환경 생태문학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16억 원을 들여 사계절 모란을 감상할 수 있는 유리온실과 세계 각국 모란의 자태를 느낄 수 있는 세계모란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명품 모란을 심을 예정이다. 영랑 추모원과 공원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정자도 건립하기로 했다.

모란공원 조성을 계기로 현재 경기 용인에 있는 영랑의 묘를 강진으로 옮기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군은 묘 이전 장소를 놓고 유족과 협의하고 있다. 유족 측은 생가 안에 자연 장지 조성을 희망하고 있다. 군은 영랑 부부의 유해를 화장해 세계모란공원에 안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랑생가처럼 인가가 밀집한 지역은 500m 안에 묘지를 조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랑은 1919년 3·1운동 때 강진의 독립운동을 주도하다 일경에 체포돼 6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살아생전 단 한 줄의 친일 문장도 남기지 않았다.

6·25전쟁 때 서울 자택에서 타계한 영랑의 유해는 남산 기슭에 가매장됐다가 1954년 서울 망우리 공동묘지로 옮겨졌다. 이후 1990년 경기 용인 천주교 공원묘원에 부인과 합장됐다.

○‘항일 시인’ 영랑을 기리는 문학제


영랑생가 옆에는 2012년 문을 연 시문학파기념관이 있다. 강진군이 1930년대 활약했던 시문학파들의 활동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개관했다. 영랑을 비롯해 박용철 정지용 정인보 등 시문학파 동인 9명의 유품과 친필 저서 사진으로 꾸몄다. 참신한 기획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개관 3년 만에 지역 문학관의 한계를 극복하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시문학파기념관은 지난해부터 ‘영랑 시인 감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강진지역 초등학생들의 시심(詩心)을 일깨워주는 감성학교는 강진교육청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으로 채택돼 지난해 1만 명이 다녀갔다.

강진군은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모티브로 ‘모니’ ‘라니’ ‘시몽’과 ‘호야’ 등 4종의 문화캐릭터를 개발하고 인형 쿠션 텀블러 배지 티셔츠 등 8종의 문화 상품도 만들었다.

모란이 절정에 이르는 5월 1일부터 이틀간 제12회 영랑문학제가 열린다. 영랑생가 마당에서 오페라와 트럼펫이 어우러지는 영랑시문학의 밤 공연이 펼쳐지고 전국 영랑백일장대회, 모란꽃 그림전시회가 열린다. 강진원 군수는 “영랑 선생의 숭고한 항일 정신과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모란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문학제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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