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이 귀찮아… 가족 안전마저 냉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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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주제는 ‘안전’]<70>가스 점검원에 문열어주세요

지난달 28일 토요일 오전. “안에 계세요? 가스 점검 나왔습니다.” 기자의 집 현관문 너머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한데 지금 바빠서요, 다음에 오세요.” 휴일 오전 특별히 바쁠 일은 없었다. 그러나 휴식시간을 방해받는 것 같아 반사적으로 이런 답변이 나왔다. “다음에는 꼭 받으세요.” 이 말과 함께 발소리가 멀어져갔다.

가스점검원인 정순희 코원에너지서비스 팀장(56·여)은 “다들 바쁘게 사니까 점검 갔다가 허탕 치는 건 이제 익숙하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가스 점검은 짧게는 3분, 길어야 10분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가스 점검은 도시가스 사용시설인 가스레인지, 도시가스 배관, 보일러 등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기자뿐 아니라 많은 가정에서 가스 점검을 피한다. 귀찮다거나 낯선 사람을 집 안에 들이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다. 이런 사소한 이유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09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가스 누출로 인한 화재나 폭발사고는 총 711건. 85명이 숨지고 989명이 다쳤다. 가스 점검은 화마(火魔)를 피하는 첫 단추이지만 무관심 속에 대수롭지 않은 일로 인식되고 있다.

15일 오전 정 팀장과 함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 일대 가스 점검에 나섰다. 그의 손에는 A4용지 4분의 1 크기의 노란색 공문 100여 장이 있었다. 정 팀장은 “사람이 없는 집이 많고, 가스 점검을 받겠다고 예약까지 한 뒤 집을 비우는 일도 있어 일일이 공문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2, 3차례 방문에 점검을 마치면 운이 좋은 편이다. 많으면 6, 7차례까지 한 집을 계속 찾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날도 1시간 동안 33가구를 방문했지만 9가구만 점검했다. 정 팀장이 맡은 점검 대상은 1200가구다.

사람이 있어도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서초구 A 어린이집 교사는 점검원에게 다짜고짜 “공문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한 달 전 관할 모든 어린이집에 공문이 발송됐다. 뒤늦게 어린이집 원장이 나와 “공문을 받았으니 들어오라”며 문을 열었지만 점검원을 바라보는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가스 점검은 ‘레이저메탄금지기’로 조리실과 가스실에 가스가 누출되는지 확인하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공지하면 끝난다.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1년에 2차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안내 문자를 받았을 때 고객센터로 다시 요청하면 원하는 시간에 점검원이 방문해 더 편하게 받을 수 있다. 또 지난해부터 도시가스업체들과 통신사가 제휴해 출시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자가 점검도 가능하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조아라 기자
#3분#안전#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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