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6일 새벽 서울 동대문구의 한 모텔. 이모 씨(31)는 모텔 주차장을 지나 건물 뒤편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지날법한 좁은 계단을 올라 그는 건물 2층 난간에 도착했다. 야심한 시간에 이 곳을 찾은 건 모텔 투숙객들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훔쳐보기 위해서였다.
이 씨는 약 2시간 전 모텔에 들어가 객실마다 방문에 귀를 기울여 투숙객 여부를 확인했다. 2층의 한 객실에서 인기척이 나자 이곳을 목표로 삼고는 건물 밖으로 돌아갔다. 새벽 추위를 버티며 30여분 동안 난간에 서서 창문을 기웃거렸지만 그가 원하는 장면을 볼 수는 없었다. 해당 객실에 투숙하던 A 씨 커플이 그대로 잠들어버렸기 때문.
화가 난 이 씨는 오전 6시30분경 피우던 담배를 창문 안으로 던졌다. 순간 연기에 놀라 잠에서 깬 투숙객과 이 씨의 눈이 마주쳤고 그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담배꽁초가 침대 이불 위에 떨어지며 생긴 불씨는 A 씨 커플이 화장실에서 물을 떠와 크게 번지지 않았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 분석 등을 통해 이 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2007년에도 한 모텔에서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다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와 주거침입 혐의로 이 씨를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여자친구가 없어서 (성관계 장면을) 엿보려 했다. 투숙객들이 (성관계) 안 하고 바로 자서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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